<앵커>
인플레이션 공포가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생산 원가는 치솟는데, 늘어난 비용을 무작정 소비자들에게 넘기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까지 더해지면서 성장엔진이 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박승완 기자입니다.
<기자>
10년 내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친 산업계는 침울한 분위기입니다.
최근 한 주(2/24~3/1)에만 160건의 기업 피해 신고가 접수됐는데, 대금결제가 94건(58.7%)으로 가장 많았고, 물류(31.9%), 정보부족(6.9%) 등의 순이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주문을 받아 기계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겼고, 해당 국가들과 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앞으로의 금융제재가 어떻게 될지 몰라 답답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러시아 수출에서 자동차(25.5%)와 부품(15.1%)을 합친 비중은 40.6%에 달하고, 나프타(25.3%)와 원유(24.6%)를 비롯한 에너지 수입은 70%가 넘습니다.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규모는 전체 국가 중 68위에 불과하지만 승용차 비중이 21.7%로 가장 높은 만큼 철강,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로선 더 큰 악재에 직면한 셈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석유화학업계는 물론 석유를 원료로 쓰는 해운·항공, 철강이 주원료인 철강·조선, 곡물가격 인상이 부담인 음식료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국제 질서가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와 기업 모두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상식 /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 그동안 전 세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였다면 앞으로는 나눠져서 끼리끼리, 이분화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해외 무역으로 국부를 창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를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