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SWIFT 퇴출 피하나…독일 신중론에 갈라진 유럽

입력 2022-02-26 08:40
"SWIFT, 핵무기급 금융제재"
유럽연합 내 제재 이견 뚜렷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내리면서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문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비공식 회의에서는 러시아를 SWIFT에서 내쫓는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견해가 갈렸다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이 밝혔다.

르메르 장관은 이날 회의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국가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몇몇 회원국이 러시아의 SWIFT 차단에 유보적이었다며 프랑스는 그중 하나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르메르 장관은 SWIFT에서 쫓겨나는 일을 "핵무기급 금융제재"라고 부르며 러시아를 차단하는 문제는 "앞으로 몇 주, 며칠도 아닌 몇 시간 안에 따져볼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외에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이 러시아의 SWIFT 퇴출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체코는 러시아를 내쫓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가 며칠 안에 러시아에 점령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를 떠난 영국, 러시아와 인접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러시아를 즉각 SWIFT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SWIFT에서 차단하길 원하지만, 모두가 동참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며 "계속 동맹국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EU 경제를 지탱하는 중심축인 독일은 다른 EU 회원국들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톤을 유지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하는 것의 결과를 따져보고 있다"며 "그것이 퇴출에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의 앞서 린트너 장관은 "우리는 이미 러시아 은행들을 완전히 막았기 때문에 러시아와 거래는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더 많은 추가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그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내리는 제재는 유럽 경제에 해를 끼치기보다는 러시아 경제를 힘들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린트너 장관은 설명했다.



SWIFT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1만1천곳이 넘는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전산망으로 국경을 초월해서 돈을 거래할 때 필요하다.

러시아가 SWIFT에서 차단당하면 해외 금융기관과 돈을 주고받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제재로 여겨진다. 우크라이나는 이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차단할 것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러시아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거래를 해온 유럽에도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안길 수 있다.

유럽 은행들이 러시아에 빌려준 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없게 되는 점도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SWIFT 퇴출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