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곤지암터미널 '길막'…택배노조 "대화 응할때까지 투쟁"

입력 2022-02-22 16:37
간선 택배차량 100여대 출입 막아…물류난 우려
본사 점거도 계속…CJ 직원 "일터 돌려달라"
대리점연합, 노조에 대화 요구 "23일까지 답하라"
택배노조, 파업·점거·아사단식 지속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점거를 일부 해제하겠다고 발표하고, 이튿날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진입을 시도했다.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간선 택배차량의 출차를 방해했다. 택배노조가 본사 1층 로비도 여전히 점거하고 있어 CJ대한통운 직원들이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22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원 120여명은 이날 오전 7시쯤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진입을 시도했다. 방호인력과 경찰이 막아서면서 진입에는 실패했다. 택배노조원들은 이후 터미널 정문을 막고 간선 택배차량의 출차를 방해했다. 이로 인해 2시간동안 170여대의 간선 택배차량이 터미널을 빠져나가는 데 애를 먹었다. 상황은 오전 11시 30분쯤에서야 마무리됐다.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은 수도권 전 지역과 일부 지역 시·군의 택배가 거쳐 가는 핵심 물류 시설이다.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에서 택배를 분류, 지역 터미널로 물건을 보내면 다시 각 택배기사가 배송하는 구조다. 이날 간선 택배차량 출차가 택배노조의 방해로 늦어지면서 전체 배송 시간도 지연될 전망이다. 특히 화요일은 일주일 가운데 택배 배송물량이 가장 많은 날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본사 3층의 인력을 빼내면서 대화를 운운했던 택배노조가 이튿날 아침 핵심시설인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점거를 시도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곤지암 허브터미널 앞에서 CJ대한통운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하였을 뿐 진입시도를 계획한 사실이 없다”며 “향후에도 CJ대한통운이 계속 대화를 거부할 경우 곤지암 터미널에서 집회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21일 불법 점거하던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3층에선 물러났다. 하지만 1층 로비에서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사무실을 뺏긴 CJ대한통운 임직원은 22일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CJ대한통운 임직원은 "지난 10일 여러분의 불법점거로 일터에서 쫓겨났고 현재 본사 근처의 빈 사무실을 전전하며 업무 처리를 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라고 본사 건물 점거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본사 건물에서 일하는 CJ대한통운 직원은 총 1200여명. 지난 10일 택배노조가 본사 건물을 기습 점거한 뒤 1000명은 재택근무를 하고, 200여명은 본사 근처의 빈 사무실을 전전하며 업무 처리를 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이들은 "모든 회사원이 그렇듯 우리도 회사에 이런저런 불만이 많지만, 사람을 때리고, 시설물을 부수고, 점거하지는 않는다”며 “주장이 정당하다면 절차와 표현도 정당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도 택배노조에 공식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리점연합은 22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밝힌 대로 택배기사의 사용자는 대리점이고, 택배노조의 대화 상대 또한 대리점"이라며 23일까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리점연합은 또 "택배노조는 파업 돌입 이후 수차례 비공개 대화를 진행해왔고,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우리의 답을 듣기로 하고 갑자기 본사 건물을 점거했다"며 "먼저 대화 테이블을 깬 쪽은 노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 지도부가 명분 없는 이유로 대화 요구를 거부하면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파업과 불법 점거를 풀고 대화에 응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대화에 응할 때까지 현재 투쟁 기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파업을 지속하는 한편 본사 점거농성 등 투쟁도 지속한단 방침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전날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했다.

택배노조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마트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며 “사회적합의 이행을 위한 대화 테이블에 참석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와의 대화가 ‘노사교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합의 주체였던 CJ대한통운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지, 원청으로서 교섭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