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I30과 KEDI30 ETF…왜 예측이 틀릴수록 빛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03-28 10:29


코로나 시대는 ‘뉴 애브노멀’로 요약된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습이 더이상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용어다. 예측이 어려울수록 무용론까지 제시되고 있으나 오히려 더 정확해야 혼돈에 빠진 경제주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 줄 수 있다.

지난해 세계 경제 예측에서 가장 흔들렸던 항목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지난해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인플레 논쟁은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그것도 세계 중앙은행 총재 격인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예측 실패에 따른 파장이 컸다.

‘파월의 치욕’이라는 용어까지 나오는 인플레 논쟁을 성장률과 연관시켜 그동안 숨가쁘게 전개됐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지난해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나왔던 같은 해 7월 말까지는 ‘일시적이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도 파월 의장의 일시적이라는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지난해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발표됐던 이후에는 하이퍼 인플레 우려가 갑자기 제기됐다. 일시적으로 봤던 인플레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발표됐던 지난해 2분기 성장률 6.7%는 GDP갭 상으로는 무려 4.6% 포인트의 인플레 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Fed가 추정하는 미국 경제 잠재 성장률은 2.1%다.



하이퍼 인플레 우려도 잠시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본격화된 지난해 여름 휴가철 이후에는 성장률 둔화까지 예상되면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조어인 슬로플레이션의 의미를 알아갈 무렵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2.0%(확정치는 2.3%)로 급락한 것으로 나오자 2차 오일 쇼크 직후 나타났던 스테그플레이션 악몽이 재현됐다.

파월 의장과 Fed에 대한 믿음도 급격히 추락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섰던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지난해 10월에 열렸던 IMF 연차 총회에서 회원국 중앙은행에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권고했다. 곤경에 빠져있던 Fed도 ‘transitory(일시적)’ 멍에에서 벗어나 지난해 12월 마지막 회의에서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춘 출구전략을 결정했다.

지난해 국내 재테크 분야의 예측은 ‘10만 전자·1억 비트·천슬라’로 대변됐다.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가 50만 달러가 갈 것으로 내다봤으나 최근에는 4만 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제로로 갈 것이라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함께 코인 투자자에게 양대 적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 주식 투자자에게 가장 큰 손실을 가져다줬던 예측은 10만 전자였다. 특히 대형 증권사일수록 12만 전자도 가능하다는 예측을 믿고 삼성전자 주식을 산 동학개미가 한때 500만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에 잠시 8만원이 회복되다가 최근에는 7만원대로 다시 떨어져 손실 폭이 커진 투자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길게는 금융위기, 짧게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개별기업은 유아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를 거치는 ‘S’자형에서 벗어나 특정 시점에 명암이 확실하게 갈리는 ‘K’자형 생장곡선이 정착되고 있다. 한 나라 경기의 진폭 상에 정점이 더 높아지고 저점이 더 떨어지는 ‘순응성’과 주기가 짧아지는 ‘단축화’ 경향이 뚜렷하다.



시계열 자료를 토대로 한 각종 기업분석과 경기예측이 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디지털 콘택트의 진전으로 외부성이 커지는 시대에 있어서는 심리적인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한 나라 경기를 좌우한다. 유망기업 선정과 주가 판단도 혁신성 뿐만 아니라 ESG와 같은 지속 성장 가능 요건을 갖춰느냐가 더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뉴 노멀 시대를 맞아 국제기준지표와 경제지표, 예측기법 그리고 대표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작년말로 국제기준금리의 상징이었던 ‘런던은행 간 금리(Libor)’가 ‘담보부 금리(SOFR)’로 교체된 것이나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발명품으로 평가받아왔던 ‘국내총생산(GDP)’이 ‘총생산(GO)’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다.

예측력 저하에 시달리는 전망기관들도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업취약지수(CVI) 기법, 일본은행(BOJ)의 대차대조법(B/S) 방식, 미국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 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큐브 방식 등이다. 특히 대표지수 산출과 관련해 ECRI의 큐브 방식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경기와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은 과거를 토대로 예측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표지수를 산출하는 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델과 기법은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경기와 주가 변동을 유발하는 복합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더 빛을 발하고 있는 ECRI의 ‘경제 사이클 큐브’를 소개하면 크게 성장과 고용, 인플레로 구성한다. 성장은 다시 무역과 국내 경제활동으로, 이중 국내 경제활동은 부문별 장단기 선행지수로 구분된다. ECRI는 이 큐브를 통해 100개 이상의 선행지수를 통합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신뢰를 받는 예측을 추론해 낸다.

요즘 들어 주식 투자자를 중심으로 ’KEDI 30‘ 지수와 ’KEDI 30 ETF‘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KEDI란 Korea Economic Daily Index의 첫 글자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닛케이225지수, FTSE100지수처럼 경제신문이 주도해 만든 주가대표지수다. ’30‘이 붙은 것은 이 지수를 산출할 때 구성기업 수를 말한다.

KEDI 30은 미시 측면에서 개별 기업과 거시 측면에서 경기순환 상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 뿐만 아니라 미시와 거시 간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종전의 주가대표지수와 다르다. 갈수록 금융상품의 벤치마크 기능이 강조되는 추세에 맞춰 과거와 현재보다 미래를 중시했다는 점에서도 돋보인다.



KEDI 30가 대표지수로 유용성이 높은 것은 산출 과정에 큐브 방식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정보기술(IT) △플랫폼 △미래기술 △바이오 등 4차원으로 출발했지만 6차원, 8차원으로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다. 4차원 큐브의 각면은 혁신성, 미래성, ESG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 기업으로 구성했지만 투명성, 정직성 등을 추가해 다양화할 수 있다.

KEDI 30 ETF가 유망해 보이는 것은 큐브 방식을 통해 실제로 발생할 리스크를 파악하고 앞으로 전개될 방향성까지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입 기간이 3년인 경우 2배 이상 코스피 지수에 연계한 상품보다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 밴치마크 지수인 KEDI 30의 특성 상 앞으로는 그 격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