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 암은 무엇일까.
1위는 폐암·대장암·위암이 아닌 유방암이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글로보칸 2020’에 따르면, 1년간 유방암 진단을 받은 전 세계 환자는 226만여 명으로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이는 남녀를 모두 포함한 기준이다. '남자는 유방암이 없지 않냐'고 하지만, 극소수의 남성도 유방암에 걸린다.
해당 수치만으로 국내에서 '1위 암'이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다. 유방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다 보니 2020 대한암학회 기준 사망률 1위 암은 폐암, 가장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생긴 암(2019년 기준, 2020년 자료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은 갑상선암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6대암(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중 20년간 증가 추세를 보인건 유방암 뿐이다. 한국 여성 25명 중 1명은 유방암 환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유방 검진을 받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유방암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야 할 때다.
●검사가 늘어나서? "환경적 원인이 더"
유방암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환경적 원인'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검사가 늘어나서 그런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송병주 의정부을지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은 해당 논란이 있지만, 유방암은 그렇지 않다"며 "서울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은 유방암 정기검진하는 분들이 아직 많지 않은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대신 송병주 교수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노출이 많이 되는 환경으로 변한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고 설명한다. 에스트로겐은 유방암 세포로 변할 수 있는 '유관 상피세포'를 증식시킨다.
저출산율, 비만, 환경호르몬 등은 에스트로겐 과다 노출과 관련있는 인자다. 여성은 생리를 할 때 평소보다 최대 18배 많은 양의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데, 초경이 빨라지거나 임신을 하지 않으면 에스트로겐 노출이 늘어나면서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 먹거리가 풍족해지면서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이유인데, 비만세포에서는 에스트로겐이 분비된다.
송병주 교수는 "과거에 비해 각종 환경호르몬이 몸에 쌓이는 것도 큰 문제"라며 "환경호르몬은 진짜 호르몬은 아니지만, 우리 몸에 들어오면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해 내분비계를 교란시키고,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유방 검진 급감시켜"
출산·환경호르몬은 조절이 어려운 인자라, 유방암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유방 검진을 받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나왔다.
인천성모병원 유방외과 연구팀의 지난 1월 발표다. 연구팀은 코로나 환자 수가 급증했던 2020년 2~4월 유방 검진(X레이·초음파) 건수와 2019년 2~4월의 유방 검진 건수를 비교해보니 41% 줄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유방 검진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검진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기본 국가검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은 70% 이상이 '치밀유방'이다. X레이 촬영에서 유방 종괴는 희게 보이는데, 유선조직이 풍부한 치밀유방은 전반적으로 하얗게 보여 X레이 촬영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울 때가 있다.
이때는 초음파 검사나, 혈액 검사를 추가로 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혈액 검사는 최근 상용화 돼 생소할 수 있지만, 1ml 미량의 혈액만으로 초기 유방암을 92%의 정확도로 검진이 가능하다. 강남차병원 유방외과 김유미 교수는 "혈액검사는 유방 X레이 촬영과 병용하면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특성상 검사장비나 판독의사의 경험에 따른 편차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진 시기를 놓쳐 암이 진행될수록 생존율은 줄어든다. 0~2기(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90% 이상이지만, 4기에서 발견하면 34%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