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카드' 왜 사라지나 했더니…[슬기로운 금융생활]

입력 2022-02-18 17:00
연초부터 일부 알짜카드 신규발급 중단
지난해만 200여종 카드 단종
카드업계, 수익 악화로 비용절감 '속도'


어디서든 무조건 할인해주고, 포인트도 팍팍 쌓아주는 일명 혜자카드. 왜 요즘은 혜자스러운 혜택의 카드들을 찾기가 힘들어진거죠?

연초부터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잦습니다. 금리가 올라 대출 부담도 커진 데다, 좋은 혜택을 자랑했던 알짜카드들마저 하나 둘 단종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그나마 쏠쏠한 혜택을 챙기는 재미가 있었던 신용카드들, 대체 왜 사라지고 있는 걸까요?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는 혜자카드가 사라지는 이유를 집중 조명해보겠습니다.

◆ 작년에만 200여개 카드 단종

지난해 신한과 KB, 삼성, 현대, 롯데, 우리, 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가 발급 중단한 카드는 총 192종입니다. 일부 제휴카드의 경우 제휴사의 사정으로 발급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카드사에서 자체적으로 발급을 중단한 카드들입니다.

발급 중단된 카드들을 살펴보면, 알짜 혜택을 자랑하는 일명 '혜자카드'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에도 카드사들은 혜자카드 줄이기에 나섰는데, 최근 발급이 중단된 A카드는 5,000원 이상을 결제하면 1,000원 미만의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똑똑한' 카드로 꼽혀왔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에서 2만 원 이상 결제하면 10% 이상의 할인 혜택을 제공했던 B카드도 다음 달부터 신규 발급이 중단됩니다. 사실 최근 출시된 카드들 중 가맹점에서 10% 이상 할인 혜택을 주는 카드는 찾기 쉽지 않죠. 일부 카드는 아예 특정 가맹점의 할인 서비스가 사라지거나, 서비스 이용료가 인상되기도 했습니다.

◆ "이걸로 먹고 사는데"…정부가 대폭 낮춘 수수료

그렇다면 카드사들이 이렇게 좋은 혜택의 카드들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비용 절감' 때문입니다. 카드사들의 주수익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카드 결제 시 회사가 거둬들이는 가맹점수수료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현금서비스, 카드론의 대출 이자입니다.

카드사는 가맹점에서 자사 카드의 결제가 가능하도록 가맹점계약을 맺는데, 결제대금에 대한 수수료를 받습니다. 이 수수료가 카드사의 주 수익원인 '신용판매 수익'입니다. 하지만 카드수료는 정부의 규제를 받습니다. 영세가맹점들에게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정부가 수수료율을 책정합니다.

매출 2억 원 이하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12년 1.8%에서 1.5%로 인하됐습니다. 당시 카드수수료가 부담된다며 소상공인 단체가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3년에 한 번씩 카드수수료 원가를 분석해 수수료율을 책정하기로 합니다.

1.5%였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2015년 0.8%로 대폭 낮아지고, 2017년에는 영세가맹점을 규정하는 연매출 범위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확대됩니다. 그리고 2021년, 0.8%의 수수료율은 0.5%로 또 한 번 인하됩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맹점에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크게 줄어든 셈입니다.



◆ 카드사 "결국 비용 절감이 생존방안…혜택 더 줄인다"

카드론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카드론 금리는 가맹점 수수료율처럼 정부가 정하진 않지만, 고금리의 대출상품인 만큼 정부의 암묵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카드론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는 규제가 적용되고,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카드사는 '나쁜 카드사'로 낙인찍히는 등 더 이상 적극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주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와 카드론 수익 마저 막히게 된 상황이라, 수익을 내기 위해선 결국 '비용 절감'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카드사들의 비용 절감이란? 물론 구조조정 등 인력 감축도 있겠지만, 좋은 혜택을 담은 카드들의 발급 중단도 비용 절감 방안에 포함되겠죠.

일반적으로 카드사들이 신상품을 만들 때 손익구조를 잘 따져보고 만들긴 하지만 가입자, 즉 카드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이 비용 절감 정책에 따라, 이런 카드들은 오랜 기간 생존하지 못 하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런 혜택 축소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란 점입니다. 지난해 말 카드수수료율이 추가로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은 올 초부터 비용 절감 방안을 빠르게 추진 중입니다. 일부 혜자카드들이 사라진데 이어, 과거처럼 좋은 혜택의 신상품도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소비자입니다.

★ 슬기로운 TIP

내 카드의 혜택이 그대로 남아있는지 궁금하다면? 카드사들은 홈페이지 '부가서비스 변경란'을 통해 혜택 변동내역을 공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개별 메일로 발송되는 경우도 있지만, 카드의 혜택 변화가 있는 지 꼼꼼히 확인하려면 홈페이지 공지란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다 더 많은 혜택을 챙길 수는 없을까요? 사실 카드 사용자들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구매 현장에서 '긁기만' 하지 부가적인 혜택은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내가 사용하는 카드사의 홈페이지나 앱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도 꿀팁입니다.

카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이벤트, 예를 들어 일정금액 이상 결제했을 때 응모할 수 있는 경품 이벤트가 있는데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죠. 기간에 따라 추가 포인트 적립 혜택이나 쿠폰을 제공해주는 혜택도 있으니 홈페이지나 앱 방문을 늘리는 것도 좋습니다. 부지런해야 챙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