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들 국가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필수 원재료인 희귀가스 네온(Ne)과 크립톤(Kr)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수입된 네온 중 28.3%가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에서 들어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네온 수입 의존 국가는 중국이 66.6%로 1위였지만, 재작년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52.5%로 1위였다.
네온은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원재료로, 공기 중에 0.00182% 밖에 포함돼 있지 않은 희귀가스다.
지난달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산소공장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네온 생산 설비를 준공했지만, 아직 국내 반도체 업계는 네온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크립톤의 경우 이들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다. 크립톤 가스는 노광공정으로 웨이퍼에 새겨진 회로 패턴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된다.
지난해 수입된 크립톤의 48.2%가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들어왔다. 우크라이나는 작년과 재작년 모두 한국의 크립톤 수입 의존이 가장 높은 국가였다.
8대 공정이 라인을 따라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원재료 부족으로 어느 한 공정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체 라인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두 나라의 긴장 관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네온을 비롯해 일부 원재료의 두 나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 라인 가동 중단을 거론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네온을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해온 것은 맞지만 그 외에도 공급선이 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을 겪으며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해왔으며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