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통화한 미·러 정상...전쟁개시 '째깍째깍'

입력 2022-02-13 08:04
정상 통화에도 입장차 여전...이번주 우크라이나 침공 최대 고비
러 "우리 안보 고려 없어"...미 "침공시 혹독한 댓가 치룰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62분 간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지만 특단의 돌파구를 만들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군사력을 증강하자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를 제기하며 양측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이뤄진 통화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을 감행한다면 미국은 동맹, 파트너와 함께 단호히 대응하고 러시아가 신속하고 심각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광범위한 고통을 초래하고 러시아의 위상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미국은 동맹과 충분한 조율을 통해 러시아와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다른 시나리오에도 똑같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통화는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됐다는 것이 미국 측 설명이다. 러시아는 당초 오는 14일 통화를 희망했지만 미국이 이날로 앞당길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소를 위한 특단의 진전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제기한 모든 주제를 다뤘다면서도 몇 주간 전개된 상황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만들진 못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또 두 정상은 향후 며칠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양국의 관련 팀들이 계속 연락하기로 합의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러시아는 이날 정상 통화에 대해 "미국의 히스테리가 극에 달한 가운데 이뤄졌으나 대화 내용은 균형잡히고 효율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정상 통화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논의한 모든 사안에 대해 접촉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안보 보장에 대한 생각을 전했지만, 불행히도 러시아의 주요 우려 사항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안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를 신중히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며 "조만간 우리의 반응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날 통화가 이틀 앞당겨진 배경이 '미국의 히스테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오늘 대화는 애초 월요일(14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미국의 히스테리 때문에 앞당겨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을 특정한 미국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미국이 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유럽 정상들과 화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일을 오는 16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작년 12월에도 우크라이나 위기 해소를 위해 두 차례 통화했지만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해법을 찾지 못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100분가량 통화하고 유럽 안보 상황, 안정에 대해 계속 논의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표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진실한 대화는 긴장 고조와 양립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서방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언제라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침공 시 대대적인 제재 등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고 있다.

이후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는 잇단 외교적 접촉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아직 긴장 해소의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