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에서 흉기로 부모와 형을 살해한 뒤 스스로 신고한 30대는 범행 3∼4일 전 흉기를 준비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피의자 김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나흘 전 집 앞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 흉기로 살해를 시도하다가 가족들이 저항하자 집 안에 있는 다른 흉기들을 사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에 따르면 김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며, 관련 질환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날 김씨를 면회한 한 친척은 "김씨가 고등학교 졸업 후 입대를 앞두고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 (그의 정신질환을) 처음 알았다"면서 "'약간 문제가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심한 수준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친척은 "김씨 부모는 학자 스타일에 별명이 부처였다"면서 "자녀들을 혼내도 소리 지르거나 그런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고, 책만 보는 온화한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동생에게 살해당한 형 김씨는 가정을 꾸리지 않아 부모, 동생과 함께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척은 김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선 "면회 갔을 때 세 사람이 본인을 괴롭혔다고 했다"고 말했다. '양자라서 차별받았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선 "내가 산후조리를 도왔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본인이 피해의식을 느끼면서 가족들이 자기를 해하려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씨 혼자라도 먹고 살 길이 있어야 한다며 부모가 편의점을 오픈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김씨에게 살인과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정신질환 관련 병원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신청했다.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씨는 전날 오전 6시 50분께 부모와 형을 살해한 뒤 119에 "3명을 죽였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으로부터 신고 내용을 통보받아 사건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도착 당시 가족은 이미 숨져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