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계약 해지나 VOD콘텐츠 결제 취소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보호 조치가 강화된다. 당국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보장되는 청약철회권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도록 명령한 것. 가입과 구매는 쉽지만 해지나 환불은 어렵게 만들어 둔 국내외 OTT 사업자들의 '얌체 행위'에 철퇴가 가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구글, 넷플릭스, KT, LG 유플러스, 콘텐츠웨이브 등 5개 사업자들에게 시정명령과 과태료 1,950만 원을 부과했다고 13일 밝혔다. 소비자들의 멤버십 계약해지, VOD 결제취소 등 청약철회를 방해한 행위들을 적발한 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이들의 법 위반 혐의를 세 가지로 판단했는데, 첫째는 거짓 사실을 알려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한 행위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디지털콘텐츠를 구매했더라도 시청하지 않으면 7일 이내에는 언제든지 취소(청약철회)할 수 있다. 구매금액의 전액 환불도 가능하다.(법 제17조 및 제18조)
그럼에도 사업자들은 법이 보장하는 수준보다 불리한 조건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각각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일단 계약체결 이후에는 청약철회가 불가능하고, 다음 달 서비스에 대한 계약해지만 가능하다'고 통보한 것. KT는 '올레tv모바일 동영상 이용권'을 판매하면서 구매일로부터 6일 이내, 콘텐츠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LG 유플러스는 단건형 상품을 판매하면서 멤버십 포인트 사용 시 결제취소가 안된다고 알렸고, 구독형 상품도 가입 첫 달은 해지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콘텐츠웨이브 역시 구독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모든 상품은 선불결제 상품이므로 결제 취소 및 환불이 안 된다고 규정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법정 기간 내에 정당하게 멤버십 계약해지나 VOD 결제취소 등을 할 수 있었음에도 해당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들이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한 행위'로 보고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두 번째 법 위반 행위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청약철회를 할 수 없게 한 내용이다. 현행법은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회원가입, 계약의 청약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회원탈퇴, 청약철회, 계약의 해지·해제·변경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법 제5조제4항) 하지만 KT, LG 유플러스, 콘텐츠웨이브는 멤버십 가입과 같은 계약체결은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하면서, 계약의 해지·해제·변경 등은 못하게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T·LG유플러스 등은 계약을 취소하려는 소비자에 대하여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 연락을 해야만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콘텐츠웨이브 역시 옥수수 서비스를 통하여 온라인 동영상 이용권을 판매하면서 청약철회를 원하는 경우 고객센터로 신청하도록 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고객센터로 전화연락을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었고,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전자상거래법 제5조 제4항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셋째는 청약철회 기한·방법·효과에 관한 정보 제공의무 위반행위다. 전자상거래법은 사업자에게 계약체결에 앞서 소비자가 거래조건에 관한 사항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수나 착오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알릴 것을 규정한다.(법 제13조제2항).
그러나 구글과 넷플릭스는 소비자에게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위에 소비자는 청약철회의 기한·방법·효과 등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워 법적으로 보장받는 청약철회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정위는 이것이 전자상거래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사업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버몰 초기화면에 상호 및 대표자 성명, 영업소 주소 등을 표시할 의무가 있다. 더불어 해당 초기화면을 공정위 홈페이지에 있는 사업자 정보 공개 웹페이지에 연결해야 하며, 판매화면에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등을 포함해야 한다.(법 제10조제1항 및 제13조제1항, 시행령 제11조의4, 시행규칙 제7조).
하지만 구글, 넷플릭스, KT, LG 유플러스, 콘텐츠웨이브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버몰 초기화면 등에 자신의 신원 정보를 표시하지 않았다. 구글, 넷플릭스는 사이버몰 초기 화면을 공정위 사업자 정보 공개 페이지에 연결하지 않았으며, LG 유플러스는 통신판매업 신고번호를 표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이 거래하는 사업자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제10조 제1항 및 제13조 제1항 위반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지난 1월 말 ICT전담팀을 확대 개편해 출범한 '디지털시장 대응팀' 차원에서 점검·관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동영상 서비스를 비롯한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소비자의 권익이 두텁게 보호될 수 있도록 법집행과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