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거장들이 혐오한 비트코인…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부터뷰]

입력 2022-02-11 17:39
수정 2022-02-11 17:39
'비트코인, 지혜의 족보' 오태민 편 - 1부


올해들어 반토막 났던 비트코인 가격이 가까스로 국내 거래소 기준 5천만 원선을 회복했습니다. 2주 만에 가격은 살아났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 악화와 이로 인한 연방준비제도의 돈줄 조이기로 시장은 여전히 롤러코스터 타듯 움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장기 투자를 이어가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제도권의 규제로 인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과정에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비트코인을 두고 이어지는 회의적인 시각도 견뎌낸 사람들입니다. 비트코인은 왜 아직 화폐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많은 제약을 받고있는 걸까요? 이 현상을 우린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고 있는 걸까요?

비트코인의 등장을 인문학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가격 급등락에도 무려 8년이나 장기투자한 오태민 멘델체인 대표를 만나 여러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비트코인은 강했다', '지혜의 족보' 저자이자 국내에서 암호화폐 투자를 하다보면 꼭 접하게 되는 인물인 그가 말하는 비트코인 현상, 그리고 기술기업을 통해 다가올 변화들을 문답으로 정리했습니다.

(※ 녹화시점은 지난 1월 13일입니다. 질문과 답변의 일부 표현은 각색하였습니다.)

[1부]

● 9장 논문이 바꾼 세상...디지털 세상에 화폐를 심다



샤이니 : 비트코인이란 현상을 두고 여러 저서를 썼고, 암호화폐를 배우려는 분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계세요. 어떻게 남들보다 일찍 비트코인을 접하게 되신건가요?

오태민 : 저는 10년 동안 입시학원에서 논술을 지도했어요. 당시에도 꽤 유명했습니다. 그러다 2014년도에 신뢰에 대한 책을 준비하면서 비트코인을 발견했어요.

미국의 인문학자들은 비트코인을 'Trustless Trust'(신뢰없는 신용)이라고 표현합니다. 거래를 할 때 은행이라던가 누군가의 신뢰를 거칠 필요가 없는 거죠.

보통은 이렇게 신뢰를 구축하려면 무엇인가를 믿어야 해요. 정부든 은행이든. 그런데 비트코인은 거래할 때 아무도 안 믿어도 되는 거예요.

샤이니 : 누군가를 믿어야 하면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의존해야 하는데 그런 개념을 깨뜨렸다는 말씀이네요. 비트코인이 이런 구조를 갖출 수 있는 원리가 백서에 다 담겨있다고 들었어요. 고전처럼 꼭 읽어보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비트코인 백서는 왜 이렇게 찬사를 받는 걸까요?

오태민 : 거슬러 올라가자면 2008년 11월에 익명의 사람이 충격적인 글을 올렸어요. 바로 비트코인 백서예요(원제 - Bitcoin :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 신뢰할 만한 제 3자의 신용보증이 필요없는 완전한 P2P전자화폐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9페이지 논문)

그 글은 굉장히 짧고 명징해요.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도 그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은 비트코인에 대한 원리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논문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개념 중에 하나가 '이중 지불 방지(Prevent Double-Spending)'예요.

샤이니 : 이중..지불? 이해가 안 가는 표현이에요.

오태민 : 가령 샤이니샘의 컴퓨터에 음원 파일이 하나 있고, 제가 요청했더니 고맙게도 그 파일을 보내주셨다고 해보죠. 그러면 샤이니샘 컴퓨터에 그 음원이 계속 남아있나요? 아니면 사라졌나요? (샤이니 : 남아있죠) 그걸 이중 지불이라고 합니다.

샤이니 : 아하, 나도 있고, 보낸 사람도 갖고 있는 상태를 이중지불이라고 말하는 거군요!

오태민 : 그런데 돈을 이런 식으로 유통할 수 있을까요? 샤이니샘이 저한테 전송해주더라도 원본이 남아있잖아요. 여러 명에게 보낼 수도 있으니 가치가 보존되지 않아 돈으로 쓸 수 없게 돼요. 누구도 이 문제를 30년 동안 풀지 못했어요.

그러다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하는 익명의 사람이 이 문제를 푼 논문을 쓴 거죠. 초기엔 데이터 양이 적은 화폐 기능으로만 쓰겠지만 점차 그림이나 음악을 담아 보내기 시작했죠. 자연스레 지적재산권 문제도 풀 수 있겠죠. 어떤 데이터, 원본의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이미 2008년 논문에 써있던 겁니다.



샤이니 : 정말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돈을 쉽게 전송할 수 있더라고요. 이게 탈중앙화되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개념이 암호화폐에서 그렇게 중요한가요?

오태민 : 탈중앙화 역시 엄청나게 중요한 개념이죠.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이 도전하고 있는 건 화폐의 지위예요. 달러, 위안화, 원화의 지위에 도전해요.

정부는 이걸 가만히 놔둘 수 없겠죠. 사실 막을 수만 있었다면 진즉에 막았을 겁니다.

하지만 막을 수 없고, 못 막는 걸 알기 때문에 놔두고 있는 거 거든요. 바로 비트코인이 탈 중앙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논문에서 '이중지불'만큼 중요한 개념이 바로 '검열저항성'인데. 검열하고 막을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수학적으로 깔끔하게 증명되어 있어요.

샤이니 : 사토시 나카모토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종종 뉴스로 전해지지만 진짜인지 밝혀진 바 없어요. 추측만 무성한 이 인물의 정체를 앞으로도 우린 알 수 없는 건가요?

오태민 : 인류 역사를 보면 기술이라고 하는 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겠죠. 컴퓨터가 발달하고 암호학과 관련된 부분에서 기술적인 발전은 꾸준히 이어져왔어요. 각각의 부분적인 기술을 만든 과학자들을 다 알려져 있겠죠. 비트코이너들은 그 가운데 한 분이 사토시 나카모토일 거라고 추정하고 6~7년전에 돌아가셨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 인류가 불 발견했듯…언인벤트(Uninvent) 불가한 지식

샤이니 : 이제는 암호화폐 아는 분들에겐 식상해 보이는 질문들이지만 몇 가지 더 여쭤볼게요. 만에 하나 최초의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등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비트코인의 가치나 위상에 변화를 겪게 되나요?

오태민 :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 분과 무관하게 존재해요. 어떻게 부르냐하면 '비트코인은 언인벤트(Uninvent)될 수 없다고 해요. 이미 발명(Invent)됐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는 거죠. 이렇게 발견한 지식을 머리 속에서 없앨 수 없잖아요.

없애기도 힘들어요. 메타플랫폼스(옛 페이스북)가 한때 '페이스북 크레딧'(2012년 추진하던 디지털 화폐 프로젝트)을 만드는 실험을 했어요. 전세계에서 페이스북 이용자가 20억 명이니까 이 들이 쓰는 돈을 암호화폐로 만들려 했던거죠. 당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재무부에 불려가더니 어느날 조용히 사라졌어요.

미국 정부는 페이스북같은 기업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공격 지점이 있으니까요. 비트코인에는 그런 지점(실패의 단일점)이 없어요. 그래서 현재의 정부, 중앙은행들이 무서워하는 거예요.



● 비트코인 혐오하는 엘리트…달러는 이상적 화폐일까

샤이니 :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많은 기대를 품다가도 딱 의심이 들게 만든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 이 투자 거장들이 대놓고 '비트코인은 역겹다'라고까지 표현을 했단 말예요.

오태민 : 이 분들은 비트코인을 그저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고 혐오하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비트코인은 정부가 해야 될 영역으로는 특정할 수 없는 화폐에요. 그들의 입장에선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경제학을 전공했거나 통화와 관련 기관에 계신 분들도 비트코인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코인', 스스로 화폐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생각하기에 화폐라는 건 모든 사람이 인정을 했거나 아니면 정부의 인정을 받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도 없고 자기들이 스스로 화폐라 쓰니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하지만 경제학자 말하지 않는 진실이 하나 있어요. 그들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화폐라는 건 불가능합니다. 보관과 거래가 용이하고, 거래 가치를 저장하고 회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3가지 조건을 갖췄던 화폐는 인류 역사상 하나도 없었어요.

샤이니 : 네? 그럴리가요. 달러가 있잖아요!

오태민 : 정말 달러가 이상적 화폐라고 보세요? 달러가 훌륭한 거래 수단이 될 수는 있죠.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 달러는 본래 가치의 90% 이상을 잃어버렸어요.

샤이니 : 인플레이션 때문이군요..



오태민 : 회계 단위로 쓰인다는 것도 사실은 어려운 개념이죠. 가령 삼성전자가 공시한 대차대조표에서 회사의 가치가 몇 백조 원으로 표기됩니다. 그런데 잘 보면 거의 다 물건들을 평가한 금액이거든요. 합의할 수 있는 회계단위를 쓴다는 건 시간이 더 흘러 100년 뒤에 사람들이 당시 얼마면 지금 얼마라는 감이 와야 하는데 안 오죠.

지금의 화폐는 시간을 초월한 화폐단위로도 불가능하고, 가치 저장도 안 돼요. 거래 수단, 가치 저장, 회계 단위 이러한 3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이상적 화폐는 없어요. 그런 얘길 안 하면서 비트코인 가격 변동이 크다고 비판만 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묻습니다. '정치적인 풍향에 좌우되지 않는 화폐는 가능한가'

샤이니 : 코로나 초기에 미국에서 달러 마구 찍어내고 이젠 바이든 정부에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다시 거둬들인다하는 걸 보면 답이 나오는 질문이네요.

오태민 : 경제학자들이 믿는 달러나 원화는 정치적 상황, 엘리트들을 신뢰할 때 작동하는 겁니다. 비트코인은 엘리트에 대한 혐오를 담고 있어요. 그들도 감당못하는 걸 어떻게 믿어야 할까요? 결국 비트코인은 탈 중앙화를 넘어 탈 엘리트, 역사 전쟁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 비트코인 대중화 가능할까…발전의 정점에 아마존 등장할 것

샤이니 : 지난 번 저희 부터뷰에서 아마존 셀러이신 민병은 대표와 인터뷰 중에 '아마존이 만약 비트코인을 도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어요. 여러 상상이 가능한데 대표님이 보시기에 어떻게 전망하세요?

오태민 : 배리 실버트(Barry Silbert)라고 하는 디지털커런시그룹(DCG; Digital currency group) 회장이 2014년도에 비트코인 발전이 5단계에 걸쳐 이뤄질 거란 주장을 한 적이 있어요.

배리 실버트 회장이 주장한 5단계에서 마지막 단계가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결제시스템으로 채용하는 단계라고 봤어요. 만약 아마존이 채택한다면 게임이 끝나는 셈이죠. [ ※ 비트코인 발전의 5단계 : ▲1단계, 초기 실험적 단계(~2010년) ▲2단계, 얼리어답터 투자(~2013) ▲ 3단계, 벤처캐피털 업계 투자 (2014~) ▲4단계, 월가 은행·기관 투자(현재) ▲5단계, 전세계 소비자에 결제 허용 단계(미래) ]

샤이니 : 테슬라기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으려다 번복한 일이 있어요. 지금은 미국에서 도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더라고요. 인터넷 결제를 암호화폐, 코인으로 한다는 건 어떠한 의미일까요?

오태민 : 인터넷은 1990년대에 세상에 나왔는데 고유의 지불수단이 없었어요. 그렇다보니 금융회사와 결탁하고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장악했죠. 하지만 비트코인은 자기 정보를 노출하지 앟고, 회원가입 안 하고 수수료도 없이 구매하는 게 가능해져요. 비트코인은 인터넷을 완성시키기 위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인터넷을 우리가 쓰게 될 거예요.



▶ 〈부티 나는 인터뷰〉- 오태민 대표편. 다음주(18일) 2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