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국민연금…대표소송 '강행' [거침없는 연금사회주의]

입력 2022-02-10 17:07
수정 2022-02-10 17:07
<앵커>

국민연금이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적극적 주주활동을 점차 강화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이를 빌미로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연금사회주의 논란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증권부 정희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기자, 국민연금의 이른바 적극적 주주활동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적극적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국민연금은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배당정책이나 보수한도 적정성, 기업가치 훼손우려 등 기준을 마련해 이와 어긋날 경우 중점관리 기업으로 지정하고 개선이 없을 경우 순차적으로 주주제안까지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이후 후속조치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 해임을 요청하는 것과 같은 주주제안까지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면서 관련 논란도 확대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투자기업 이사회구성 등에 관한 책임투자 방향 설명서를 발표하며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는 CEO 승계구도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을 담으며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최근에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습니가?

대표소송이 뭐고 어떤 논란이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우선 대표소송은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국민연금 내부조직인 기금운용본부가 소송을 결정하고 수탁위, 그러니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특별한 사안에 대해서만 소송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이원화 됐었는데요.

이 소송의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된 겁니다.

<앵커>

원래도 할 수 있었던 것을 수탁위로 일임하는 것만 바뀐 것이군요. 이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우선 수탁위와 기금운용본부의 구조적 차이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기금을 직접 운용하는 운용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의 내부 조직입니다.

반면 수탁위의 경우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으로 국민연금 내부 전문가들이 아닌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외부인사 구성은 사용자단체와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가 각각 3명씩 추천해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각 단체별로 상근전문위원 한명씩을 제외하면 나머지 여섯 명은 비상근 위원으로 구성돼 기금운용만 전담하는 기금본부보다는 전문성이 약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안건 상정이나 위원회 소집 요건이 재적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요청할 경우 소집이 가능한데요.

각 이해집단별로 3대 3대 3으로 구성된 만큼 한쪽 단체의 입맛에 따라 위원회가 열리고 소송여부를 상정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객관성도 부족하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수탁위 위원의 임기가 3년인데 소송 자체가 임기 이내에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라 소송만 제기하고 이 결과에 따른 책임은 아무도지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번 결정을 두고 유독 경영계의 반발이 심하다고요.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기자>

네, 대표소송 자체가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서 말씀드린 우려사항들과 맞물려 경영계와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 흠집내기' 식의 소송남발에 더해 자칫 반기업정서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감이 적지 않은데요, 자세한 내용은 박찬휘 기자 리포트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찬휘 기자>

경영 자율성 훼손은 차치하더라도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무분별한 소송 남발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입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이 반기업 정서 확대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현행 개정안에 따르면 대표소송 여부를 결정할 주체는 수탁자책임위원회(수탁위)입니다.

하지만 수탁위는 비상설기구로 어떠한 책임도 없는 데다 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소송 제기 여부 자체가 여론에 쉽게 휘둘릴 가능성도 우려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활동 위축은 물론, 여론을 앞세운 경영간섭 마저 우려된다는 게 재계 인사들의 지적입니다.

[유정주 /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 현재도 배임이나 형사처벌에 시달리고 있는데, 국가 기관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이 대표소송까지 하게 되면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창출)에 나서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본격화 움직임이 자칫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병태 /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 정권의 권력 하에 있는 공적 연금들이 대표소송이나 주총에서의 소위 '주주행동주의'에 편승하게 되면 권력에 의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커지고 외국인들이 투자를 외면하게 된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원식 / 건국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대표소송이 제기되는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대기업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국민연금이 투자하게 되면 다른 기금들도 따라 움직이거든요.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재계는 이와 관련해 당초 원안대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경제TV 박찬휘 입니다.

<앵커>

정기자, 경영계의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잖습니까.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사정권에 들어오는 기업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기 대상을 살펴보겠습니다.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을 보유하거나 기금자산의 1%이상 보유에 해당하는 투자기업들 가운데 명확한 법령 또는 정관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가 대상인데요.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 5%이상 보유한 기업의 경우 260개에 달합니다.

이들 가운데 삼성, LG, SK, 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과 그 계열사도 대거 포함돼 있는데요.

결국 이 기업들이 앞서 리포트에서 언급된 우려사항들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주요 대기업들과 그 계열사들이 대상이 된다고 하니 실제 도입시 파급력은 상당해보입니다.

그럼 연기금의 대표소송, 해외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소송 주체와 별개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기금의 대표소송은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인데요.

대표적인 글로벌 공적연기금인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공적연기금은 대표소송 자체를 진행한바가 없다는 겁니다.

소송이 아닌 다른 방법들로도 충분한 주주활동이 가능한 만큼 대표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손석호 /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 해외 공적연기금들은 의결권 행사를 비롯해서 기업과의 대화라던가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방식으로 주주권을 충분히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 비용을 들여서 대표소송을 추진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장기간 소송 비용이 드는 반면 설령 승소해서 손해배상을 확정 받더라도 회사로 유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송에 실익이 낮다고 보는 것이죠. 미국에서 조차도 대표소송은 공적연기금 보다는 헤지펀드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

<앵커>

실익이 없는 만큼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란 것이군요. 앞으로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주체를 수탁위에 일임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최종 결정하게 돼있는데요.

오는 25일 기금위 개최가 예정된 가운데 이날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각 주체별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실제 통과 여부는 실제 기금위 논의과정을 지켜봐야 할 텐데요.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권한 이관은 회의 종료직후 바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만약 통과될 경우 경영계에서는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 등 법적조치를 진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때문에 실제 통과된 이후에도 이와 관련된 논란은 한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증권부 정희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