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하나금융그룹이 10년 만에 회장을 교체합니다.
수장이 바뀌는 만큼 많은 변화들이 예상되는데요.
회장 교체 이후 예상되는 변화, 그리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정치경제부 문성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수장 교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오늘(9일) 하나금융지주 주가 흐름은 좋았습니다.
4% 가까이 올랐는데요. 하지만 수장 교체 효과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금리상승기에 금융주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국민, 신한, 우리 등 다른 금융주들도 일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뉴욕증시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만약 투자자들이 하나금융그룹 수장 교체 소식을 악재로 판단했다면 시장 상황이 좋았다 하더라도 하나금융 주가는 약세를 보였겠죠.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의미에서 수장 교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현재까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함영주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어떤가요.
<기자>
하나은행과 한국외환은행의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3년 넘게 조직 통합을 이끄는 등 끈끈한 관계를 중요시하는 이른바 '덕장' 스타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은행 영업 부분에서 특히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대전과 충청지역 영업그룹을 이끌며 성과를 냈습니다.
1980년 고졸 일반 행원으로 하나은행 전신인 서울은행에 입행해 42년만에 그룹 수장인 회장 자리까지 오르게 됐는데요.
특히, 고객 관리 쪽에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내부적으로 있더라고요.
<앵커>
차기 하나금융 회장을 꼽을 때면 그동안 함영주 부회장은 항상 유력 후보로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법정 공방 이슈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는데요.
이게 해소가 된 겁니까.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이른바 'DLF 사태'(16일)와 채용비리(25일) 관련 선고가 이번 달 각각 예정돼 있습니다.
법적 공방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죠.
사실 금융사들은 법적 공방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회장 선임이 마무리되는데, 외국인 주주들은 일반적으로 법적 리스크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거든요.
하나금융의 경우 외국인 지분 보유율이 69.85%에 달할 정도로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법적 공방 이슈가 함 부회장의 회장직 수행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재판 결과가 무죄로 나올 것이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가요.
<기자>
재판부의 결정은 쉽게 예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선례를 참고해 볼 수 있겠죠.
먼저 채용 재판 관련해서는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조용병 회장은 "채용비리 그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규가 없다"는 사유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바 있습니다.
때문에 함영주 부회장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조용병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만큼, 조용병 회장의 사례가 함영주 부회장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DLF 사태'와 관련된 소송은 어떻습니까.
<기자>
함영주 부회장은 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고 이에 대한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동일한 사안으로 승소한 바 있는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의 사례를 보면 이 역시 함영주 부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손태승 회장은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가 아닌 준수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습니다.
<앵커>
'만년 3위' 탈출을 위해 하나금융의 수익성 강화도 함 부회장에게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지난 2012년 3월부터 10년간 김정태 회장이 하나금융을 이끌면서 조직 성장과 안정화를 꾀했는데요.
함 부회장은 비은행 부문 수익성 강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최근 하나금융이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금융투자(4,998억원), 하나캐피탈(2천억원), 하나저축은행(1천억원), 하나생명(1천억원) 등
비은행 자회사들의 기초체력 강화에 나선 것도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함영주 부회장이 은행 외 비은행 계열사 경영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준비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디지털 전환 역시 함 부회장이 신경써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