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 계열사 상품이라고해서 특별 대우를 하지 않겠습니다. 검증된 좋은 상품만 판매하겠습니다. 단기적인 이익에 연연하기 않고 말고 오직 고객만 바라보고 가겠습니다"
- 지난해 6월 최현만 미래에셋 (당시) 수석 부회장
라임과 옵티머스 등 부실 펀드판매로 증권가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지난해 여름. 미래에셋증권은 '검증된 좋은 펀드만 판매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언 했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은 '펀드 선정 과정'을 대폭 뜯어고치기로 했다.
판매 펀드를 '성과우수펀드'와 '혁신성장테마펀드'로 이원화해 성과우수펀드의 경우 외부 펀드 평가사의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혁신성장테마펀드에 대해서도 내부 '고객자산배분위원회'를 통해 혁신성장 10대 테마를 선정해 평가키로 했다.
이후 운용사 안정성과 운용능력, 시황 적합도 등을 종합 평가해 B등급 이상의 우수 펀드가 선정되면 공모펀드 상품선정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키로 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새 기준대로라면 미래에셋그룹이 판매중인 공모펀드 1280여개 가운데 400~500여개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약속 대부분 이행..계열사 펀드 판매비중 26%로 감소
7개월이 지난 지금 결과는 어떨까?
미래에셋은 대체로 약속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성과우수펀드의 경우 외부 평가사인 모닝스타와 FN가이드, 제로인, 한국펀드평가의 최고등급펀드 자료를 참조하는 1차 선정과정이 포함됐다.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하는 펀드 수는 지난해 1280여개에서 431개로 약 38% 감소했다.
미래에셋은 "MMF를 제외한 1280여개 펀드 중에서 특수계좌 및 세제형 펀드 150여개를 제외한 1133개가 검토대상에 해당됐으며 이 가운데 702개 펀드가 탈락해 검토대상 펀드 탈락 비중은 62%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가 만연해 있는 당시 상황을 의식한 듯 최현만 당시 수석 부회장은 "경쟁력 있는 상품만 팔겠다"며 "(탈락펀드에는) 계열사 펀드도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의 계열사 판매비중은 지난 2020년말 32%에서 지난해말 26%로 감소했다.
같은기간 한국투자증권의 계열사 판매비중은 10%에서 15%로, KTB투자증권은 10%에서 16%로 키움증권은 20%에서 33%로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고객동행 선언 당시 참석했던 서유석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계열사 펀드판매에 제약이 생길 경우 나타날 악영향 우려에 대해 "강화된 상품 심사 기준에 따르면 판매에서 탈락하는 상품도 있겠지만 약간의 손해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언을 통해 운용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장기적으로 운용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미래에셋자산운용 "비인기 펀드 정리한 것..큰 타격 없어"
지난해 300여 개 펀드 가운데 계열사 펀드 판매가 140여 개 줄어든 상황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의외로 "별 영향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판매량이 저조했던 펀드나 테마면에서 유행이 지나서 고객들의 관심이 떨어진 상품 위주로 대거 탈락됐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관심을 받는 140여개 펀드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래에셋 진열장에 상품을 올리고 싶은 소규모 자산운용사는 여전히 미래에셋의 벽이 높아 아쉽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FN가이드에 따르면 고객 관심 높아 설정액이 2천억 원이 넘고, 수익률도 양호하지만 미래에셋에는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 다수 발견됐다.
지난해부터 IPO붐으로 관심이 많아진 에셋원공모주코넥스하이일드펀드도 설정액은 2300억원에 달하고 연간 수익률은 10.2%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래에셋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했고, 시장 약세에도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KTB글로벌벌티에셋EMP펀드(설정액 2200억,1년수익률 1.7%)도 미래에셋에서는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요청으로 여러번 펀드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미래에셋 라인업에 들어가지 못했고, 타 증권사를 통해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고객들 역시 해당펀드에 가입하려면 펀드가 판매되는 증권사의 계좌를 추가로 만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혁신성장 펀드나 성과가 우수한 펀드라면 비계열사나 소규모 운용사에 상관없이 당시 유니버스(판매펀드)에 편입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같은 과정을 강화해 엄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