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520억달러(약62조4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 투자가 가시권에 들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미국 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52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제조업 및 공급망 강화를 위해 45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해 6월 중국 견제 등의 목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52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의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가결한 바 있다.
이번에 미 하원을 통과한 미국경쟁법안은 상원으로 송부돼 미국혁신경쟁법안과의 협의 조정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최종 통과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법안 통과를 전제로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의 설립, 증설, 현대화를 추진하는 민간 또는 공공·민간 합작사업에 대해 보조금과 신용 공여를 하는 내용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업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
전미반도체협회(SIA)는 52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향후 10년 동안 미국 내 19개의 생산시설이 세워지고, 신규 글로벌 생산역량의 24%를 미국이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국제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0%에서 13∼14%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 내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도 이 법안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2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에 착공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삼성전자는 이미 테일러 지방정부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재산세 감면 혜택을 약속받은 상태로, 법안이 확정되면 테일러 투자에 대한 추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되면 설비투자 비용을 아끼게 돼 재투자 여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을 계기로 각국이 경쟁적인 반도체 육성 정책을 펴 국제 무역분쟁이나 과잉생산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카토 연구소의 스콧 린시콤 무역정책 디렉터는 미국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위한 보조금(subsidy) 제도를 사용하면 유럽연합(EU), 중국, 한국 등이 앞다퉈 유사한 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인 반도체 업계에 정책적 투자가 몰리면 반드시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 문제가 표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