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고 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지원이 절실한 저신용자들이 마지막 보루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주요 저축은행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취급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자산규모 기준으로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인 '직장인 대출' 취급액 중 신용점수 600점 미만(NICE 기준) 저신용자 비중은 작년 12월 기준 0.31%였다.
이 비중은 2019년 12월에는 1.56%, 2020년 12월에는 1.33%였으나 1년 새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마이너스OK론'의 작년 12월 기준 저신용자 취급 비중은 0.99%로, 1년 전(3.1%)보다 2%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인하된데다,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규제가 이어지면서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이 닫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밀려난 고신용·중신용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 기존 저신용자들의 몫을 차지하게 된다"며 "대출 총량 규제를 지키는 저축은행이라면 필연적으로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요구한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작년 21.1%에서 올해 사별로 10.8∼14.8%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저신용자 대출 비중 감소가 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신용자들의 '마지막 돈줄'로 볼 수 있는 대부업계에서조차 저신용자들은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졌다.
고금리 신용대출 위주의 사업을 하던 대부업체들이 법정 최고 금리가 내려가자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작년 6월 말 기준 대부업계 대출잔액(14조5천141억원)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이 51.9%를 차지해, 처음으로 신용대출 비중(48.1%)을 넘어섰다.
대부업의 담보대출 비중은 2018년 말 32.2%, 2019년 말 44%, 2020년 말 49.3%를 차지하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 비중을 넘었다는 것은 대부업의 영업 형태가 굉장히 기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신용대출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담보가 없는 저신용자에게 나가는 대출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대부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으로 영업하는 대신 저신용자에게 빠르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것이 순기능이었다"면서 "법정 최고금리가 꾸준히 인하되면서 업체들이 신용대출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다 보니 대부업의 순기능도 줄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8월 "최고금리가 낮아질수록 대부업체들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저소득, 저신용자들의 대출 서비스 이용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제도권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저신용자들이 불법 고금리 사채업자들을 찾아가지 않도록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규제 예외 등 관련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금융권 관계자는 "힘든 사람이 더 힘들어지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 현실적인 정책적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