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사업자인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 조작 행위에 200억 원대의 과징금이 매겨졌다. 거짓·기만 광고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방해한 행위에 철퇴가 내려진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벤츠('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및 독일본사 '메르세데스벤츠 악티엔게젤샤프트' 등 2개사)에 과징금 202억 4백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자사 경유 승용차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거짓 표시·광고한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내려진 제재 조치다.
벤츠는 자사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이고,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한다고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실상은 배출가스 조작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했고, 일상적 환경에서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성능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불법 소프트웨어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누적량을 감지해, 특정 값에 도달하면 SCR(선택적촉매환원장치)의 요소수 분사량을 감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요소수 양이 줄면 질소산화물 저감 성능이 떨어지는데, 벤츠가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고의적으로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을 낮춘 셈이다.
이는 벤츠의 디젤 차량들이 정해진 주행모드 및 정해진 속도로 약 1,200초(20분) 동안 이뤄지는 인증시험 환경만 통과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일상적인 주행 환경(예: 엔진시동 후 약 20~30분 경과시점, 실도로주행)에서는 오히려 허용 기준의 5.8~14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벤츠 측은 "국내 승용차 주행의 90% 이상이 주행 시작 후 30분 이내에 종료된다"고 해명했다. 30분을 초과하는 주행을 일반적인 주행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30분 이상 주행이 하루당 400만 건(4,352,406건)이 넘는다"고 반박했다. 이를 고려하면 운전 시간이 30분을 넘어서는 경우를 예외적인 주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저감장치의 성능을 낮추는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설치해놓고 이를 숨기는데 이어 '최대 성능을 구현한다'고 광고한 것은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불법 프로그램이 설치된 차량에 '대기환경보전법에 적합하게 설치되었다'라는 내용의 표시(배출가스 관련 표지판)를 한 행위도 거짓으로 판단됐다. 특정조건에서만 표시·광고상의 성능이 구현됨에도 이러한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은 소비자 기만이라는 의미다.
이번 조치로 공정위는 '1차 디젤 게이트' 이후 발생한 5개 수입차 회사들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했다. '디젤 게이트'는 지난 2015년 9월 아우디·폭스바겐이 경유차에 배출가스 조작을 하여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이다. 이들은 국내에서도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유로-5 기준 경유 승용차를 판매하면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2015년 11월 환경부, 2017년 1월 공정위로부터 각각 시정명령, 과징금, 고발 등의 처분을 받은 바있다.
공정위는 "상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인 성능이나 효능에 대한 잘못된 정보제공으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