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어닝쇼크에 뉴욕증시 '휘청'...시험대 오른 빅테크

입력 2022-02-04 17:57
수정 2022-02-04 17:57
<앵커>

설 연휴 동안 꾸준히 올랐던 미국 증시가 5거래일만에 하락했는데 낙폭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제는 메타로 회사명을 바꾼 페이스북은 실적 발표 이후에 시가총액이 2,300억 달러나 증발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 이상 급락했습니다.

그나마 장마감 후 아마존이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3대 지수 선물은 반등했지만, 월가에서는 낙관론이 급격히 사라진 90년대 말과 유사한 장세가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보도에 신인규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 동부시간 3일 메타 플랫폼즈의 주가는 26.44% 폭락했습니다. 시가총액으로는 우리돈 300조원 이상이 줄어들었습니다.

시총 기준 코스피 2,3,4,5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네 곳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만큼의 돈이 하루만에 한 종목에서 증발한 겁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발표와 전망이 이 회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순이익도 컨센서스를 밑돌았지만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광고 매출 부문에서 올해에만 앞으로 1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더 치명적이었습니다.

메타의 우울한 전망은 다른 소셜 미디어 업체 뿐 아니라 기술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결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74%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번주 초 애플과 구글의 호실적이 미국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입니다.

월가에선 "실적과 가이던스(전망치)에 따라 투명하게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보고는 아주 큰 주가 손실을 불러오는 환경"이라며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기업들의 고밸류에이션 문제"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수석 전략가인 J.J 키나한은 하락장마다 미국 증시를 견인했던 이른바 '바이 더 딥', 조정장 때마다 들어오는 강한 매수세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연 1.8%를 다시 돌파하는 등 대형 기술주 투자심리에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점, 그리고 연준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에 대한 불확실성은 시장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장마감 후 아마존이 호실적을 보이면서 애프터마켓은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기록적인 돈의 쏠림현상이 미국 증시에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최근 시장에서 낙관론이 옅어지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습니다.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