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핵심 기간 산업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중국 기업 화웨이에 적용한 것과 유사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분쟁 사태가 현실화활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전략 산업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 관련 제품의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제재가 확대될 경우 스마트폰과 태블릿, 비디오 게임 콘솔 등의 수출도 금지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 화웨이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던 것과 동일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은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자국 제품의 수출 금지는 물론 제3국에서 이를 이용해 생산한 제품에 대한 수출도 압박할 수 있어 적용될 경우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WP는 지적했다.
특히 모든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실제 해외직접생산품규칙에 따른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화웨이 매출은 30 급감하는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유럽 및 아시아 동맹들과 함께 러시아가 주력 육성중인 민간 항공, 해운, 하이 테크 분야에 있어 핵심 부품 수출을 차단하는 규제를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수출 제재는 러시아와 교역을 통으로 중단한다는 점에서 유럽과 미국 경제에 만만치 않은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일부 제3국 기업의 경우 미국 기술을 제외한 제품 생산 방식을 개발하도록 부추기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화웨이와 같은 기업 단위를 넘어 전체 산업 영역이나 국가에 대한 유사한 형식의 제재를 내리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금융 제재에 이어 수출 통제까지 결합할 경우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상무부에서 수출 통제를 담당했던 케빈 울프는 이와 관련해 "만약 목적이 러시아 경제에 혹독하고 압도적인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라면, 금융과 수출 제재의 결합 효과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 함께 이란, 쿠바, 시리아, 북한 등에 내린 것과 유사하게 전자제품과 비행기 부품, 통신기기와 소프트웨어 등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도 고려중이지만, 미국 기업의 직접적 수출이 많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전날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의 철수 명령을 내리고 러시아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4단계(여행 금지)로 높였다.
이는 통상 침공 위험이 높아지는 지역에서 미국 정부가 통상적으로 밟아가는 수순이라고 외신은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또 수천명의 미군을 발트 연안국과 폴란드에 배치하는 방안에도 무게를 두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병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