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셰브런 "인권악화 미얀마에서 사업 안합니다"

입력 2022-01-21 20:29


프랑스와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이하 토탈)와 셰브런이 쿠데타로 1년 가까이 군부가 집권 중인 미얀마에서 철수한다.

군부로 흘러가는 핵심 '돈줄'인 가스전에 참여하고 있던 두 거대 기업이 인권 악화를 거론하며 미얀마를 떠나기로 하면서, 1년간 약 1천500명이 희생된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토탈사는 21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2월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내 인권상황 악화 등을 거론하며 사업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탈은 성명에서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인권과 법치 측면에서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회사가 미얀마에 충분히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재정적 보상 없이 미얀마 야다나 가스전에서 운영업체이자 주주로서 모두 철수하는 계약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토탈 대변인은 미얀마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1억500만달러(약 1천252억원)로 회사 수입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재정적인 측면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토탈은 90년대부터 미얀마 야다나 가스전 개발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군부가 운영하는 국영 미얀마석유가스회사(MOGE)에 수익금을 지불해왔다.

미얀마 외화 수입의 약 50%는 가스전 수익금에서 나오며, MOGE는 가스전 사업으로 2021∼2022년 15억 달러(약 1조7천890억원) 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미얀마 군정은 전망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토탈의 성명이 나온 직후 미 셰브런도 성명을 내고 미얀마 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셰브런은 "(미얀마 내) 상황을 고려해 미얀마를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셰브런은 앞서 미얀마 내 인권 침해를 비판해왔으며, 어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AP는 전했다.

토탈과 셰브런은 미얀마 가스 수송회사 MGCT에 참여하고 있다.

MGCT 가스관은 토탈이 운영하는 야다나 가스전(田)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태국까지 전달한다.

MGCT 지분은 토탈이 31%, 미국 정유 기업 셰브런이 28%, 태국 국영 석유기업 PTTEP 25%, MOGE가 15%씩 나눠 갖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가스전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익금이 군부로 흘러 들어가 자국민에 대한 유혈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토탈과 셰브런 등 해외 기업들에 군부와의 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해왔다.

두 거대 에너지 기업의 사업 철수 발표는 토탈이 미얀마 군부로 흘러 들어가는 수익금 지급 중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표적 제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지 하루 뒤 나왔다.

토탈의 파트리크 푸얀 최고경영자(CEO)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에 지난 18일 보낸 서한에서 가스전 수익금에 대한 표적 제재와 관련해 프랑스·미국 당국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HRW가 밝혔다.

HRW에 따르면 푸얀 CEO는 "유럽과 미국 당국의 어떠한 제재 결정도 준수할 뿐만 아니라, 그런 표적 제재의 실행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OGE로의 수익금 지급을 막아달라는 요구에 응할 수 있는 '법적인 틀'을 담은 제재를 시행해 줄 것을 프랑스 외교부에 공식으로 요청했다고 전했다.

HRW의 아시아 담당 존 시프턴 국장은 "토탈과 인권단체 둘 다 미얀마 가스전 수익금이 군부 유입을 차단하는 제재를 지지함에 따라 미국과 EU가 이를 늦출 어떠한 변명 거리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프턴 국장은 또 "토탈의 제재 지지는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다른 에너지 기업들에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얀마 군정 지도자들은 그들의 폭력에 대한 경제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감내할 수 없을 정도가 돼야지만, 그들의 만행과 탄압을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부 라카인주 해상의 쉐 가스전 프로젝트에는 한국 포스코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MOGE 등과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