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실질 구매력이 5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추계치를 근거로 21일 보도한 것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2010년=100)은 68.07을 기록해 1972년 수준으로 뒷걸음질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통화와 비교해 어느 정도 구매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기준 시점과 비교해 자국 통화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것이고, 100을 밑돌면 그만큼 낮게 평가됐다는 의미다.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대외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이어서 수입 물가 상승을 초래해 해당국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게 된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미국 달러당 환율이 70엔대에 처음 진입했던 1995년 최고치인 150선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실질실효환율은 최고치 시점과 비교해 5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닛케이는 이처럼 실질실효환율이 떨어진 것은 국내외 물가상승률 격차를 환율 변동으로 조절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원래 물가가 오르면 해당국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가 안정되면 통화 가치는 유지된다.
1995년부터 최근까지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미국의 CPI 상승률은 84%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선 미 달러화보다 엔화 가치가 더 올라야 하지만 일본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에 따른 미일 간 금리 차가 발생한 영향 등으로 달러당 엔화 환율은 이달 초순 5년 만의 최고치인 116엔대까지 올랐다.
정상적인 흐름이라면 올라야 할 엔화 가치가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일본과 다른 주요 국가 간 물가 격차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가 산출하는 '빅맥 지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작년 7월 시점에서 맥도날드 빅맥을 먹으려면 일본에선 390엔(약 4천100원)을 써야 했지만 미국에서는 5.65달러(약 6천700원)를 내야 했다.
빅맥지수를 환율로 환산하면 달러당 70엔까지 엔화 가치가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닛케이는 빅맥 지수로 측정하는 엔화 가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의 또 다른 주요국 모임인 G10 통화 가운데 가장 낮은 상황이라며 엔화의 실질 구매력 약화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본 총무성은 작년 12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전국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0.5% 올라 4개월 연속 상승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그러나 연간으로는 작년도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보다 0.2% 떨어져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