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이폰 제조사 애플에서 반도체 설계 핵심 인재를 영입하면서 독자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를 인용해 MS가 애플의 베테랑 반도체 디자이너인 마이크 필리포를 영입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필리포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의 프로세서 부문에서 일하게 된다. 필리포는 2019년 칩 설계자로 애플에 입사했다. 그는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강자인 인텔에서 일하다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으로 옮겨 10년간 수석 반도체 디자이너로 일한 베테랑이다. 그는 특히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암 반도체의 성능을 크게 개선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번 조치는 MS가 애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구동하는 서버용 칩을 독자 개발하려는 노력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이는 또 클라우드 시장에서 MS의 경쟁사인 아마존과 구글이 마찬가지로 맞춤형 독자 칩을 만들려 애쓰는 것을 뒤따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현재 MS에 애저용 칩을 공급하고 있는 오랜 파트너인 인텔과 AMD는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애플로서는 또다시 주요 엔지니어를 빼앗기게 됐다.
MS는 전부터 서버는 물론 PC·태블릿인 서피스에 들어갈 맞춤형 칩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작년 10월에는 프로세서와 저장장치,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모뎀 등 각종 반도체를 단일 칩에 집약한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위한 인재를 모집한다는 구인 공고를 내기도 했다.
최근의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는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독자 칩 개발을 서두르도록 하는 자극제가 됐다.
그러나 독자 칩 개발은 그 외에도 칩 공급사에 지급하던 수익을 내재화하고 자사 서비스에 맞춤형으로 설계된 칩으로 서비스의 효율과 성능을 최적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까운 사례로 애플은 지난해 노트북·PC를 겨냥한 독자 칩 'M1'을 개발해 시장의 큰 호평을 받았다.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이고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M1 칩 채용으로 그동안 이를 공급해온 인텔 종속을 끊으면서 제품의 경쟁력을 높였다.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도 독자 칩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텔 역시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인텔은 최근 애플의 임원 제프 윌콕스를 영입해 디자인 엔지니어링을 관장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