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인싸 '용진이형'에서 '오너리스크'로…흔들리는 신세계

입력 2022-01-11 23:35
수정 2022-01-12 00:05
SNS로 팬덤 구축한 용진이형
마케팅·기업 이미지 제고는 성과
'멸공' 논란이 키운 '오너리스크'
정용진·신세계 이미지 타격 '불가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논란'이 정치권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화권 매체에까지 이 사건이 소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이상 '멸공' 관련 발언을 하지 않기로 수습에 나섰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불과 반나절 만에 북한 탄도 미사일 관련 게시물을 또 올리면서 다시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환호하는 반응도 있지만, 대중국 무역에 미칠 악영향과 주가에 끼치는 부작용이 가시화되면서 정 부회장을 둘러싼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듯한 정 부회장의 SNS활동이 이제는 '오너리스크'로 작용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의 SNS활동은 논란도 있었지만 성과도 컸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젊고 세련된 유통기업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팬덤을 거느린 그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나 음식 관련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하면서 소비자는 신세계의 제품이 이런 고민 끝에 출시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신세계 제품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과도 거뒀다. 75만명이 넘는 인스타 팔로워를 거느린 정 부회장의 게시글 덕에 지난해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 중 정 부회장이 직접 고른 상품인 ‘YJ 박스’는 출시된 지 12시간 만에 품절됐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식품이나 신세계푸드나 피코크의 제품들도 정 부회장이 SNS에 올리면 관심도가 커졌다. 이를 활용해 정 부회장의 ‘부캐(부 캐릭터)’인 제이릴라를 콘셉트로 한 프리미엄 베이커리도 탄생했다.

그동안 대중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재미있다” “국내엔 드문 리더의 모습이다” 등의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정 부회장의 걸러지지 않은 ‘멘트’가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이미지는 고스란히 그룹의 이미지로 전이 되기 때문에 정 부회장에게 부정적 이슈가 터지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단 것. 때문에 최근 번지고 있는 불매운동은 기업 이미지 타격에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이마트, 스타벅스 등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사 불매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공유되고 있는 건데, 이른바 '정용진 불매운동'이다.

특히,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정 부회장이 맡고 있는 이마트 계열사 가운데 스타벅스의 영업이익은 이마트 전체 영업이익의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 글이 공유되면서다.

당장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멸공 발언 논란으로 전날 신세계 주가는 장중 8% 넘게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유통 경쟁사들은 1% 대의 하락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하룻동안 주가는 신세계 6.8%, 신세계인터내셔날 5.34% 하락하면서 각각 1673억원, 53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이 두 종목에서만 2203억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간 셈이다.

11일 주가도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 주가는 2%대 소폭 반등했지만,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관련 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가에선 'CEO 리스크'로 인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당할 경우 사실상 기업의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처럼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대주주들이 개인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조금이나마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타벅스와 이마트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실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색깔론'과 맞물려 그 동안 어렵게 쌓아온 '용진이형'이라는 정 부회장의 친근한 이미지와 함께 신세계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