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떠나보낸 LG화학 운명은?

입력 2022-01-10 18:00
수정 2022-01-10 18:00
<앵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출입기자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송 기자.

앞선 리포트에서도 나왔지만 최고가 105만 원을 기록했던 LG화학 주가가 최근 60만원대로 거의 반토막난 상황이었죠?

지난주에는 LG화학 주가가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앞두고 반등하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최근의 이런 LG화학의 흐름들 산업계에선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오늘(10일) 종가에선 71만 원을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지난주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반등을 이끌었었죠.

산업계에서는 일단 LG에너지솔루션을 IPO 한 이후에도 LG화학을 이끌 성장 동력이 뒷받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G화학은 현재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생명과학이라는 세 가지 포트폴리오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주력사업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담당하는 첨단소재인데요.

분리막 사업 확장을 통해서 LG에너지솔루션과 긴밀한 사업 구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분리막이라는 게 뭐죠?

<기자>

분리막이라는 것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투과성 막을 말하는데요. 준비된 사진을 보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구조를 좀 간단히 살펴보면, 배터리 셀 안에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이 있고 이 전해질을 분리막이 나누고 있는 겁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이 투과성 막을 양극재와 음극재가 왔다 갔다 하면서 전기를 생성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분리막 기술이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서는 핵심 기술로 뽑히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분리막이 합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합선이 일어나면 화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핵심 소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런 사업 비전을 그린게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고요? 이건 무슨 의미입니까?

<기자>

네, 보통 신년사를 살펴보면 해당 기업의 한 해 계획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20년부터 최근 3년 동안 신년사를 한번 살펴봤는데요.

전문을 다 가져오긴 어려워서 키워드 중심으로 뽑아봤습니다.

먼저 2020년 신년사를 살펴보면 가장 큰 특징은 구체적인 비즈니스 방향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시장과 고객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자거나 포트폴리오와 연계하여 성과 중심의 R&D 혁신을 가속화해 나가자는 등의 어떻게 보면 뻔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던 것이 2021년 신년사부터는 확 달라집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되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CG에 언급된 전지재료와 e모빌리티 소재는 기존에 해왔던 음극재와 양극재에 앞으로 집중하게 될 분리막을 의미합니다.

즉 친환경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LG화학 역시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LG화학이 신학철 부회장을 계속해서 수장으로 선임하고, LG에너지솔루션에는 권영수 부회장을 앉히면서 사업 구조를 구체화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권영수 부회장은 2012년 LG에너지솔루션 전신 격인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또 구광모 회장의 경영 체제에서 전략 기획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거든요.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권영수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복귀하면서 사업 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다라는 말도 나왔었거든요.

그런데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이런 계획들이 추진된 것이라 업계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이미 신학철, 권영수 부회장의 투톱 체제를 예견했었는데 보시다시피 현실화됐고요.

신 부회장은 3M에서 매출 신화를 기록하고 온 외부인사입니다.

둘 다 실력으로는 검증받은 인물이었지만 내부 인사에다가 구광모 호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권 부회장이 업계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LG에너지솔루션 수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높고, 고객과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줄 수 있는 경영자"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이번 IPO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내놓은 공모주는 총 4,250만 주에요. 공모금액이 최대 12조 7,500억 원에 달하는 상황인데.

LG화학은 앞으로 이 12조 원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요?

<기자>

먼저 이번 공모액으로만 따져보면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직전 최대 공모금액이 2010년 삼성생명 공모액인 4조 8천억 원이었으니까 세 배 가까이 규모를 키운 건데요.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배터리 공장 증설 작업에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미 시장에 집중할 전망입니다.

미국은 완성차 업계부터 스타트업까지 최대 전기차 시장이거든요.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고, GM과 합작해 세운 배터리 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서는 3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시 LG화학이 핵심으로 키울 분리막 사업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업 확장 계획이 이미 나왔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LG화학은 이미 LG전자에서 해오던 전지소재사업부를 이관했고, 내부적으로 일원화 과정을 이미 마쳤습니다.

LG화학은 한국과 중국에 이미 음극재와 양극재를 생산하는 라인을 갖췄는데요.

이번 분리막 사업에 진출하면서 전해액을 제외한 배터리 핵심 소재 모두를 생산해서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한 습식코팅분리막을 만들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일본 도레이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합작법인은 헝가리에 위치했고요.

합작법인은 출자금을 포함해서 모두 1조 원 이상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게 되고 2024년부터 가동에 들어가게 됩니다.

오는 2028년에는 연간 8억m²의 분리막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는 고성능 전기차 8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앵커>

자 그런데 설명대로라면 LG화학의 미래 전망이 밝은데,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기자>

일단 증권가에서는 LG화학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보고 투자했지 배터리 소재를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실망한 이탈 세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즉, 물적분할로 인해 기업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원석이 중요하지만 잘 다듬어진 보석을 만질 수 없다는 점이 시장의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추가적으로 산업계에서 예측해 볼 수 있는 주가 하향조정의 이유는 꿈의 배터리라고 하는 전고체 배터리의 보급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말 그대로 음극재와 양극재가 이동하는 전해액이 고체화된다는 말이거든요.

그렇게되면 전해액을 나누는 분리막이 필요없어진다는 거죠.

물론 배터리 없계는 아직 전고체 배터리 보급 시기를 먼 미래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풀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지만 결국 전고체 배터리로 넘어가는게 업계에선 기정사실화됐고, 경쟁사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보급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LG화학으로서는 분리막 소재 사업을 대체할 또다른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SK이노베이션의 입장도 살펴봐야겠죠? LG화학하고 비슷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잖아요?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배터리사업을 SK온으로 물적분할 했습니다.

아직 SK온을 기업공개 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는 없습니다.

다만 LG화학과 유사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상황을 보고 움직임을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이번 IPO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소위 대박이 나면 SK온도 곧바로 상장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LG보다는 SK의 배터리 사업이 더 주목 받는 상황입니다.

최근까지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화재로 인해 리스크를 겪었지만 SK배터리는 단 한건도 화재 사고가 없었습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22%로 2위에 올라있고요, SK온이 5.7%로 5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주잔고를 따져보면 LG가 260조 원이고, SK가 220조 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이점도 SK온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고, 분리막 사업에서도 최근 IPO 한 SKIET가 25%가 넘는 점유율로 글로벌 분리막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