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회삿돈 1천880억원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공범 가능성 유무까지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경찰은 7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씨와 함께 재무팀에서 근무했던 직원 2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영장이 발부되면 경찰은 이씨의 범행을 도운 공범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아직 찾지 못한 금괴 등 나머지 횡령 자금을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재무팀 직원들은 재무팀장인 이씨 밑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씨의 지시를 받아 회삿돈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잔액증명서 위조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공범 여부와 관련,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회사가 '이씨의 단독범행이다, 아니다'라고 얘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의 범행 과정에서 최규옥 회장 등 사내 윗선의 지시와 개입, 묵인 등이 있었는지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이씨의 변호인은 전날 SBS 인터뷰에서 "횡령 자금의 규모를 결정하고 금괴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걸로 의심된다"며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회장을 독대해 지시를 받은 적이 있고 회장에게 금괴의 절반가량을 건넸다고 이씨가 말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조사 이틀째인 이날도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변호인은 취재진에 "(윗선 지시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이씨가 언론사와 아예 접촉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말했다.
조사를 받던 중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으로 옮겨진 이씨 상태에 대해서 변호인은 "건강하다"고 전했다.
사측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윗선 지시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허위주장"이라며 "해당 허위사실을 진술한 횡령 직원과 그의 변호사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포함한 법적 조치를 하는 방안을 법무법인과 함께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회사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에 다녀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이씨가 사들인 1kg 금괴 851개(시가 기준 680억여원) 중에서 497개는 현장에서 압수됐지만 나머지 354개(280억여원)는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동진쎄미켐 주식 매매 손실액(약 300억원), 주식계좌 동결금(251억원), 현금 압수액(4억3천만원) 등을 고려해도 최소 수백 억원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셈이다.
이씨가 횡령금을 부동산 차명 매입에 활용한 정황도 파악돼 경찰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씨는 아내 등 명의로 경기도 소재 상가, 오피스텔 등 수십 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분산 송금해 빼돌린 회삿돈을 현금화하거나 수표로 발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나머지 피해금을 회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범행을 공모한 공범이 있는지도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