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코로나19 미접종자를 성가시게 만드는 게 전략"이라고 밝혔다가 후폭풍을 맞았다.
하원은 정부가 1월 15일 시행을 목표로 제출한 백신 패스 법안 심의를 또 중단했고, 차기 대통령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후보들은 재선 출마 가능성이 큰 마크롱 대통령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논란의 발단은 4일(현지시간) 오후 9시 무렵 공개된 마크롱 대통령의 인터뷰였다. 인터뷰는 일간 르파리지앵 독자 7명과 다양한 주제로 2시간 40분 동안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형식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략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현재 프랑스에서 90%가 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며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거나, 백신을 맞도록 강제하지 않겠지만 그들을 성가시게 만들어 그 규모를 줄여나가겠다고 단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정말로 성가시게 만들고 싶다"며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계속하겠다", "그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1월 15일부터 식당과 술집, 카페에 갈 수 없으며 극장과 영화관에도 못 간다는 점을 상기했다.
이 전략이 실현되려면 정부가 제출한 백신 패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첫 번째 관문인 하원은 이 인터뷰가 나오고 나서 논의를 멈췄다. 지난 3일 밤늦게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심의를 중단했던 하원은 이날 다시 논의를 재개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극좌 성향의 공산당 대표 파비앵 후셀 의원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안을 수정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하원에서 우파 공화당(LR)을 대표하는 크리스티앙 자코브 의원은 "백신 접종에 찬성하지만, 프랑스인을 괴롭히겠다는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다면 엘리제궁 입성을 놓고 경쟁하게 될 대선 후보들도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했다.
공화당이 차기 대선 후보로 확정한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는 "좋은 프랑스인과 나쁜 프랑스인을 구별하는 것은 대통령의 일이 아니다"라며 분노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갔던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천박하고 폭력적인" 발언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이 "스스로 모든 프랑스인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음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전날 27만1천686명이 새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사상 최다 신규 확진 기록을 나흘 만에 갈아치웠다. 신규 사망자는 351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2만186명이고 이 중 3천665명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3일 기준 12세 이상 인구의 91.7%가 최소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고 89.8%가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5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