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가전도 '메타버스'…미래산업 새 지평 연다

입력 2022-01-05 17:24
수정 2022-01-05 17:24
<앵커>

메바터스, 작년에는 새로운 개념과 테마로서의 성격이 강했다면 올해엔 본격적으로 산업의 비전과 성과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CES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면서 산업 확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산업부 양현주 기자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양 기자. 사실 작년에 메타버스란 용어가 등장하면서 굉장히 획기적인 개념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였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이전부터 있던 개념이다는 얘기도 많이 들립니다. 최근에 새롭게 메타버스란 개념이 부각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메타버스 활성화의 기술적 기반이 다져졌기 때문인데요. 설명에 앞서 먼저 영상 하나 보고 오시죠.

주인공이 AR, VR 기기를 통해 가상공간에 진입하고 해당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입니다.

메타버스의 미래형 모습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최근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는 이처럼 실감나고 유기적인 경험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현실과 가상공간을 연동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기초 인프라가 필요한데, 클라우드의 성장과 5G의 도입으로 보다 유기적인 콘텐츠 개발이 실현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올해도 메타버스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데, 국내 기업들의 메타버스 시장 진입 현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국내에도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선도적인 기업은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출시했는데,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 20개국에서 이용자 2억 5천만 명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통해 현실세계 모습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죠.

SK텔레콤도 '이프랜드'를 출시하면서 제페토의 뒤를 잇는 모습입니다.

메타버스 분야에 국내 기업들간 전략적인 투자와 협업도 강화되고 있는데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넷마블에프앤씨와 협업을 통해 가상 아이돌 개발에 나섰고, 게임업체 펄어비스는 디지털 아바타 제작 기업인 '하이퍼리얼'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실 이런 엔터나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메타버스와 연결점을 찾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메타버스 시장 성장세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메타버스 시장은 지난해 약 176조 원에서 2025년 1,835조 원 규모로 약 942% 가량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이는 인프라, 플랫폼, 콘텐츠, 디바이스로 구분되는 메타버스 관련 산업들이 모두 성장 산업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블록체인 기반 NFT가 도입되면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자체 경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져 메타버스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라면, 앞으로의 먹거리로서 우리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요. 글로벌 메타버스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는 어느 정도 됩니까?

<기자>

한국이 IT 강국이긴 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제페토를 제외하면 유저층을 넓게 확보하고 있는 사례는 없습니다.

제페토도 아직까지는 해외 플랫폼에 비해 메타버스 내 기능이 제한돼 있고 공간 위주의 콘텐츠들로 구성돼 있어 실생활 활용도가 낮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해외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우 월간 이용자 수와 가입자 수가 비슷한 수준인데 비해 국내 플랫폼의 월간 이용자 수는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인프라와 디바이스 측면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클라우드 시장의 경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전체 점유율 32%, 20%를 차지하고 그 외 대부부 중국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디바이스의 경우도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R, VR 기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메타의 경우 자사 VR 기기가 가상현실 하드웨어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 전자기기 완성품 업체는 3~4년 전 관련 사업을 거의 접다시피 하면서 격차가 벌어져 있습니다.

다만,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클라우드, 디바이스 등에 고용량 반도체 탑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와 부품 기업의 성장세는 높아질 전망입니다.

<앵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과 더불어 디바이스 개발에 힘을 쏟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메타버스 사이클의 차기 주자가 하드웨어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 콘텐츠가 진화함에 따라 PC, 스마트폰을 넘어선 매개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실제로 해당 디바이스들의 수요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바이스 선점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는데요. 메타버스를 연결하는 기기를 통해 이용자들을 자연스럽게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동시에 개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과거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이 기기롤 통해 애플 생태계를 확장한 방식과 유사합니다.

<앵커>

확실히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과 장비, 거기에 유저까지 확보한다면 차기 메타버스 생태계도 이미 사슬이 정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 진출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기존 체제와 충돌을 빚고 있는 대표적으로 게입업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게임법' 이슈인데요.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업체들이 NFT와 돈버는 게임 즉, P2E를 무기로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는데, 메타버스가 게임으로 분류될 경우 국내에선 P2E게임이 불가능해집니다.

게임 내 재화를 현금이나 코인으로 교환하는 행위를 '사행성'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를 서비스하기 위해 게임업체들이 서버 운영 자체를 해외에 구축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를 기존 법이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상균 강원대학교 교수 인터뷰 들어보시죠.

[김상균 / 강원대학교 교수 : 제도권에서 가장 크게 빠르게 걸리고 있는 문제는 게임하고의 법적인 정리죠. 기존 법에 붙여서 편성할 건지 아니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건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저는 기존 법에 붙이는 건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새로운 접근 방식인데, 게임 관련해서 법이 구축되면 산업 발전이 엄청나게 뒤로 처질 수밖에 없어요. 샌드박스 규제처럼 당분간 풀어주고 규제를 들어가던가 새로운 카테고리를 빨리 정부에서 만들어 주던가 하지 않으면 산업은 발전하는데 오히려 뒤에서 제도가 발목을 잡을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는 만큼, 신산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국내 메타버스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 관련 논의가 지속돼야 할 것 같군요. 양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