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에서 한 직원이 1천9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삿돈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를 업무상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고 3일 공시했다.
횡령 추정 액수는 1천880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천47억원의 91.81%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업계 등에서는 이번 횡령액이 상장사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 중 역대 최고액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31일 사건을 인지하고 서울 강서경찰서에 해당 직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자금관리 직원이 잔액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 등으로 회사 자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린 횡령 사건"이라며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해당 직원의 계좌가 동결된 상태여서 빼돌린 자금을 회수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주식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래소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이날 증권가에선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직원이 지난해 동진쎄미켐 주식을 대량으로 매매해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파주의 1977년생 슈퍼개미와 동일인이 아니냐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에서 동진씨미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4% 넘게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이 모씨는 지난해 10월 1일 기준 1천430억원어치의 동진쎄미켐 지분 392만주(7.62%)를 주당 3만6천492원에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이 씨는 그러나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6거래일에 걸쳐 보유 주식 337만7천여주를 시장에서 팔아치웠다. 이 씨는 보유 주식을 주당 3만1천원대에서 3만7천원대, 평균 3만4천원 수준에 팔아치워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매도 후 이 씨가 보유한 동진쎄미켐 지분은 1.07%(55만주)만 남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에서 횡령 직원과 슈퍼개미가 동일인일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라며 "횡령 사건과 자금 흐름, 관련 인물의 동일인 여부는 경찰 조사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강서경찰서는 잠적한 이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이씨가 범행에 동원한 계좌도 추적 중이며, 향후 범죄 수익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빼돌린 회삿돈으로 동진세미캠 주식을 샀다는 의혹에 대해 "고소 내용에 포함되진 않았다"며 "피의자를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