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M&A 역대 최다…탈 탄소 흐름 반영

입력 2022-01-03 08:22


지난해 일본 기업이 관련된 인수·합병(M&A)이 4천 건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3일 일본 M&A 정보업체 '레코프(RECOF) 데이터'를 인용한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출자를 포함한 일본 기업의 M&A 건수는 전년과 비교해 14.7%(550건) 많은 4천280건(속보치)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다.

일본 기업은 코로나19와 세계적인 탈(脫) 탄소 흐름 속에서 M&A를 통해 사업 재편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작년 일본 기업의 M&A 거래 총액은 16조4천844억엔(약 170조원)에 달했다.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미국 자회사 은행인 MUFG 유니온뱅크 매각(1조9천억엔)이었다.

2008년 미쓰비시UFJ의 완전자회사가 된 유니온뱅크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를 거점으로 약 300개 점포를 두고 있다.

미쓰비시UFJ는 애초 유니온뱅크를 미국 금융 사업의 중추로 키울 계획이었지만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M&A 가운데 규모 기준으로 2, 3위에 오른 것은 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히타치(日立)제작소 관련 사안이었다.

종합 전기전자업체인 히타치제작소는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 '글로벌로직'을 약 1조엔에 인수하고, 도쿄 증시 상장 자회사인 히타치금속 보유 지분 전량(약 8천억엔)을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과 일본 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JIP) 등의 미일 펀드 연합에 팔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주요 M&A 사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일본 최대 석유제품 공급업체 에네오스(ENEOS)홀딩스는 도로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닛포(NIPPO)를 1천900억엔에 매각했다.

도로포장용 아스팔트 혼합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CO₂)가 나오는 것이 경영상 부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에네오스는 또 북해 유전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영국 자회사의 매각(1천900억엔)을 확정했다.

이 회사는 그러나 2천억엔을 투입해 태양광 사업 등을 영위하는 신재생 에너지업체 '저팬 리뉴어블 에너지'를 사들이기로 했다.

에네오스는 전기차 보급 등으로 2040년에는 일본 국내 석유제품 수요가 반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석유 관련 사업의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캐나다에서 셰일가스와 오일샌드 개발 사업을 해온 일본석유자원개발(JAPEX)은 총 1천300억엔의 손실을 보면서 현지 자회사를 매각하고 이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 밖에도 종합상사 등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탈 탄소 흐름을 타기 위한 사업재편 차원에서 석탄화력발전이나 탄광개발에서 발을 빼기 위한 일본 기업의 매각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