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들과 청년 인재 양성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 8월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첫 대면이었는데,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관련 사면 요청하거나, 사면 관련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구현모 KT 회장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했다. 이날 간담회는 민관 합동 청년일자리 창출 사업인 '청년희망온(ON)' 참여기업에 청년일자리 창출과 교육훈련 제공 등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추가적인 지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선도형 경제에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인력 양성의 길 밖에는 없으며, 엄중해지는 국제질서 속에 기업들 간에 서로 돕고, 필요한 의견을 정부에 전달해 주고, 기업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신생아가 40만 명 이하이고, 중국은 대졸자가 500만이 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과 중국이 탐내는 좋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인력 양성의 중요성이 결국 청년희망온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포함해 기업들이 직면한 현안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다.
문 대통령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백신은 언제쯤 출시될지 질문했고, 최태원 회장은 현재 3상 중으로, 3상을 마치면 전 세계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가보지 않은 길이라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빠른 기간에 상용화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 통신과 백신은 비슷한 면이 있어, 선제적으로 투자해 놓아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6G도 내부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회의 주제인 청년일자리도 불확실성이 크지만 산업에서 백신과 반도체도 불확실성이 큰 분야이며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하므로, 이를 따라가기 위해 더욱 안전망을 갖추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의선 회장에게 "현대차의 전기차가 유럽에서 올해의 차로 다수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정 회장은 “국민들이 전기차를 많이 구매해 주셨고 그 기반으로 외국에서,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면서 “외국의 전기차와 경쟁하려면 기술과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차량용 반도체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구광모 LG 회장에게 LG의 올레드TV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성황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구 회장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TV 구매가 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아울러 청년 교육훈련과 관련해 "대학의 계약학과에 디스플레이 학과가 추가돼 기업과 청년이 윈-윈할 수 있게 되었고, 점진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배터리의 원재료인 리튬, 코발트 등의 수입처를 다변화 하는 것이 중요한데, 호주와 핵심광물 MOU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활로를 열어주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이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지 물었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2028년부터 데모플랜트를 거쳐 2040년 정도에는 본격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산업부에서 R&D 비용과 예타면제 등으로 지원해 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호주에서의 공급망 MOU를 통해 배터리 양극재에 필요한 리튬, 니켈, 흑연 등의 공급망이 안정화됐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석탄의 시대가 가고 수소의 시대가 온다”면서 “수소와 암모니아의 혼소 방식으로 제철 분야에서 호주와 협력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6G의 연구와 개발에 대해 묻자 구현모 KT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대비하는 디지털 인력은 모든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데, 고급인력을 구하기 것이 쉽지 않아 KT는 내부 인력 재교육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전환과 함께 청년 디지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훈련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찬을 겸한 이날 간담회는 12시부터 1시30분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청년희망온 프로젝트에 참여해 주어 고맙다”고 재차 감사 인사를 하며 “기업들이 청년희망온 프로젝트 이전에도 아카데미 형식으로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디지털 분야의 인력 양성을 하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와 더불어 더욱 고마운 것은 자사나 계열사, 협력사에 필요한 인력을 넘어 다른 기업에 취업하는 인력까지 범용으로 양성해 준 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인공지능, 코딩 교육을 정규교육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부족한 면이 있고, 대학교육을 기업의 수요에만 맞출 수 없는 한계 때문에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치는 갈수록 심해지는 면이 있다”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자동차 계약학과의 운영을 더욱 활성화하고, 인력 양성을 위해 산학연이 협력하는 한편, 청년들의 기술창업에 기업들이 멘토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하고 대학시설과 연구기관의 연수시설도 활용하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