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24일 결단했다. 반대 여론도 적지 않지만 '국민 통합'에 무게를 뒀다. 박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결단에 사의(謝意)를 표했고,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법무부의 사면 발표 이후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면서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두고 여러차례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두 전직 대통령의 수감과 관련해 "참 불행한 일"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었다. 다만 사면 결정에는 '국민 공감대'를 조건으로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었다.
최근까지도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임기를 5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 전격적으로 결단이 이뤄졌다.
○ 반대 여론에도 文 결단…朴 건강도 고려
애초 3월 대선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이 당선인과의 논의를 통해 사면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대선 국면 속 '정치 중립'을 강조한 문 대통령인 만큼 지금 시점에서의 사면 결정이 '모순'일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달 초까지 사면 관련 질문에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이번 사면 결정이 전적으로 문 대통령의 고심 끝내 내려진 결정이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 공감대'가 충족됐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한 것도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결단의 배경으로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이후 이달 23일까지 약 4년 8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최근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해 허리디스크 등 지병 외에도 정신건강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외…"사안 다르다"
법무부가 발표한 2022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 3,094명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이름은 포함됐으나 이 전 대통령은 빠졌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안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안은 다르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제가 본 여론조사에 의하면 두 분의 차이는 많았다"고 했다.
'차이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다스' 실소유 의혹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수감기간이 짧다는 점, 무엇보다 국민 공감대가 성숙치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박 전 대통령 사면 결단의 주된 이유가 '국민통합'이었던 만큼 이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 역시 문 대통령 남은 임기 내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 朴 "文에 심심한 사의"…정치권 평가 엇갈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또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신병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으로 31일 0시 자유의 몸이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명박·이재용 사면을 촉구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운 것은 바로 우리 촛불 시민들"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