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승인하면서 '다른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도우라'는 조건을 단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측은 기업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 진입을 원하는 자국 기업에 SK하이닉스가 안정적 낸드 물량을 공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인수 승인을 지렛대 삼아 자국의 '반도체 자급' 확대를 도모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22일 인수를 승인하면서 6개의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 중 '타기업 지원'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국은 공고에서 "한 개의 제3 경쟁자가 기업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 향후 5년간 다롄 공장 생산량 지속 확대 ▲ 승인일 기준 과거 24개월 평균가 이상 판매 금지 ▲ 공평·합리·비차별 원칙으로 중국 시장에서 모든 상품 공급 등을 요구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승인 조건을 위반할 때는 반독점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하기로 한 중국 다롄 소재 인텔의 팹(반도체 생산 공장)이 주로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SSD를 제조하는 곳이다.
중국은 작년부터 경기 부양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적극적으로 독려 중인데 이곳에 쓰일 저장 장치로 SSD가 쓰이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은 이번 공고에서 '제3 경쟁자'가 어느 기업이 될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낸드 시장에 존재감이 있는 업체는 칭화유니 산하의 낸드 제조사인 YMTC 정도가 있지만, 이번에 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에 지원을 요구한 업체는 YMTC는 아닌 규모가 더 작은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계약상 기업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저사양 낸드 제품을 제조하는 중국 기업이 있고, 이 회사가 고사양 낸드 제품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SSD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해당 기업이 고사양 SSD를 만드는데 필요한 낸드 제품을 당사로부터 지속 공급받기를 원하고 있는데 메모리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당사와 인텔이 보유한 SSD 기술이 이전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