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공적 보증 축소 검토…중저신용 대출, 은행 공급계획대로

입력 2021-12-22 15:07
금융위, 대통령에 내년 업무보고...""내년 가계부채 증가율 4~5%대"
은행에 플랫폼사업 허용 고려...빅테크 감독체계 마련


정부가 가계부채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공적 보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자체수립한 공급계획을 모두 인정해주기로 했다.

가속화되는 디지털화 흐름에 맞춰 은행에 플랫폼 사업을 허용해주고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간의 공정경쟁을 위해 빅테크 감독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금융정책 추진 방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우선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4∼5%대로 정상화하고 분할상환과 고정금리대출 확대를 통해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개선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건전성관리 강화에도 나선다. 전세대출이 공적 보증에 '과잉' 의존하고 있는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공적 보증을 축소하고 대출자인 금융회사가 위험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전세 세입자라면 소득·보증금 규모와 무관하게 80∼100%의 보증기관 보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2015년에 시작됐다. 이전에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보증이 제공됐다.

그러나 공적 보증 비율 축소와 은행의 책임 제고는 대출금리 상승을 불러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되고, 외곽 지역 빌라 등 '서민주택' 세입자의 전세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전세대출의 공적 보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 우량 물건에 대해서도 금융회사가 아무런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구조는 문제가 있어 내년에는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다만 당장 내년 1분기에 개선 방안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 과정에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지 않도록 중·저신용자 대출과 서민금융상품에 충분한 한도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은행)가 자체수립한 공급계획을 전부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 내년 중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올해 계획했던 194조9천억원보다 4.7% 증가한 204조1천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뱅크와 근로자햇살론의 대출한도를 500만 원 일시증액하고, 지원대상도 더 확대할 계획이다.

금지·제한·경영위기업종 소상공인에게는 1.5% 초저금리대출을 공급한다. 또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과정을 밟는 개인채무자가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했다면 상환을 유예하는 특별상환유예제도를 앞으로 상시 운영하고, 유예기간도 현재의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개인사업자대출의 부실점검도 강화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사업자대출은 빠르게 증가, 지난해 14.7% 증가했고, 올해는 2분기 말까지 12.6%나 늘어난 상황이다. 필요하다면 개인사업자의 부채와 상환능력 데이터를 종합한 자영업자부채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디지털 전환, 플랫폼화를 촉진하기 위한 인프라와 제도 혁신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은행이 빅테크처럼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사업 등 부수업무 확대를 검토한다. 법 개정 전에는 규제 샌드박스제도를 활용해 사업 길을 터줄 방침이다.

은행이 고객 동의를 받아 계열사에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명시적으로 허용한다. 보험사에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해 선불전자지급업무를 겸영·부수업무로 인정하고, 카드사는 종합페이먼트사업자로 발전하도록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금융사와 빅테크사 사이의 공정경쟁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빅테크그룹 감독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빅테크발(發) 제3자 리스크 방지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령층 등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위해선 편의점·백화점을 이용한 현금인출·거스름돈 입금 활성화, 저축은행 간 창구 공유 등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