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스타트업 난항…갈등에 시장 잠식 우려 [이슈플러스]

입력 2021-12-22 17:02
수정 2021-12-22 17:02
<앵커>

택시나 부동산 중개업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종 IT플랫폼과 기존 산업 간의 충돌 현상이 이제는 전문직 영역에서 격화되고 있습니다.

변호사와 의사, 그리고 세무사 업계가 관련 IT스타트업들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 비 전문직종의 문제보다 상황이 좀 더 복잡합니다.

김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귀 회원은 법률 플랫폼(로톡)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바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11월,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주는 앱 '로톡' 가입을 제재하며 회원에게 보낸 공문 일부입니다.

대형 포털과 똑같은 광고 플랫폼 역할에, 오히려 저렴한 사업자 광고 수단인데 '변호사윤리장전 위반'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네이버에 '성범죄 변호사'라는 단어로 검색해 특정 로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한 번 클릭에 최대 11만원 가량을 사업자가 내지만, 로톡은 클릭수와 상관없이 한달에 25~50만원을 냅니다.

[로톡 이용 변호사 : 뒤에 개업한 돈없는 변호사 있잖아요? 죽었다 깨어나도 의뢰인이 오지 않습니다. 그거를 유일하게 해결해 줄 수 있었던게 로톡이었거든요...(변협은) 공공플랫폼이란 겁니다. 만들고 싶은데 지금 사설플랫폼이 자리를 막고 있고 그걸 넘어설 수 없잖아요.]

서비스 플랫폼 갈등은 지난해 3월 택시 업계와 이동수단 플랫폼간의 '타다금지법' 등으로 잘 알려진 바 있는데, 최근에는 로톡처럼 전문 인력과 플랫폼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강남언니', 세무 플랫폼 '삼쩜삼' 등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처방·약 배송 서비스에 대해 대한약사회와, 강남언니는 성형 광고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각각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한다', '불법 광고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삼쩜삼은 온라인 세금 조회·환급 서비스에 대해 '자격없이 세무 대리를 한다'며 한국세무사회·한국세무사고시회에게 고소당했습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IT스타트업은 '시간 낭비'라고 설명합니다. 이슈를 해명하는 데 IT 기술을 개발하는 시간을 뺏기는데다, 피해가 상당하다는 겁니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 / 대기업들은 이런 갈등을 겪어도 버틸 수 있는 자금이나 인력이나 시간이 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들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누적되는 피해만으로 회사가 도산할 수 있을 정도...최대한 빨리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 스타트업에서는 가장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협 징계가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지 않은데다 기존 갈등의 골이 깊어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유니콘 기업 배출을 위해서라도, 전문 인력과 IT 스타트업간 갈등에 대한 빠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국경제TV 김수진입니다.

<앵커>

성장기업부 유오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유 기자, 전문직 플랫폼 갈등 관련해서 정부가 이미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라면서요?

<기자>

아무래도 플랫폼 갈등이다 보니 혁신 지원 부처인 중기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골목상권까지 침범하는 플랫폼은 더 엄한 규제가 필요하고, 전문직역과 관련된 플랫폼은 좀 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법무부나 복지부 등 직역단체들의 주무부처들도 로톡과 강남언니 같은 플랫폼이 위법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직 단체들의 입김이 워낙 강하다 보니 정부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에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앵커>

사실상 논란이 종결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아무래도 전문가 단체들의 힘이 세다보니 쉽게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나 봅니다.

전문가 단체들은 어째서 이런 플랫폼의 등장을 거부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그 동안 전문 플랫폼의 경우 법률로 플랫폼의 등장자체를 막아왔습니다.

변호사, 세무사, 의사 등 전문가 플랫폼 갈등 쟁점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최근 갈등이 가장 심한 로톡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변호사는 다른 직종보다 더 큰 공익성과 윤리성을 요구받고 있는 직종이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기존에는 의뢰인을 모으는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을 걸어놓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광고만 허용되는 실정이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의뢰인을 모으는 행위들이 규제없이 장려되면 변호사들은 과당 경쟁에 빠질 수 있고, 이는 곧 법률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현행법상 변호사 유상 소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고 있는데 로톡의 서비스가 이를 침해하고 있다고 봤던 것이죠.

<앵커>

전문 인력 단체가 우려하는 점에 대해, 플랫폼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변호사협회의 이런 우려가 지나친 기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로톡의 운영 시스템을 보면 변호사가 정액의 광고비를 내면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의 변호사를 찾아 선택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일단 변호사 유상 소개가 불법이 되려면 대가성과 특정성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자신들은 사건 수임 건수나 수임액에 따라 변호사들과 돈을 나눠갖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대가성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사용자들이 플랫폼 내의 여러 변호사들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기에 특정성도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들 역시 새로 개업을 하려는 변호사들이 쏟아지는 마당에 로톡 같은 광고 플랫폼을 이용해 소비자를 적극 찾아 나서는 것이 나쁠 것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우리만 이런 겁니까? 다른 선진국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미국의 사례를 먼저 살펴보면 리걸테크 기술로 증시 상장에 성공한 곳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리걸줌은 변호사를 대신해 법률 관련 서류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지난 7월 상장해 22일 기준 시가총액 31억 달러, 우리 돈 3조7천억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IT서비스에 보수적 이라고 알려진 일본도 법률플랫폼 영역에서 만큼은 우리보다 앞서는 모양샙니다.

일본에는 벤고시닷컴이라는 플랫폼이 있는데, 정액 요금을 받고 변호사 활동 지역과 경력 등을 광고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 전체 변호사 4만2천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만명 가량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과 영국도 법률 개정을 통해 이 분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 힘입어 지난 2019년 전세계 리걸테크 분야 투자 규모는 1조2천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81%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앵커>

전문가 영역에 플랫폼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런 서비스가 없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은데요.

<기자>

단순히 생각해보면 지금도 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데 이런 서비스가 없다고 해서 얼마나 문제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의 속성을 생각해 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요. 지금 보여드리는 표는 글로벌 기업들을 시가총액 순으로 정리한 겁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살펴보면 10개 기업 가운데 5개 기업이 미국의 플랫폼 기업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이용해 전세계 이용자들을 꽉 잡고 있다보니 유럽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 조차 이렇다 할 대항마를 키워내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국가 간 장벽을 뛰어넘을 정도로 플랫폼 기업들의 확장성이 넓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외부 세력에 의해 시장이 잠식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충분히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구태언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리걸테크산업협의회 공동협의회장(변호사) : 유럽은 미국 빅테크 회사 때문에 초토화가 된 상황입니다. 유럽은 빅테크 기업이 없습니다. EU 규제는 미국 회사들과 법률 전쟁을 하는 것 입니다. 구글세 도입, GDPR 탄압, 저작권 탄압, 공정거래 탄압 등 EU에서 막강한 시장 점유율 독과점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데 경제 전쟁이 아니라 법률 전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성장기업부 유오성 기자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