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처럼 미국 시상식 시즌에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14일(현지시간) "'오징어 게임'이 미국 TV 드라마 시상식 시즌에서 선두 주자가 됐고 역사를 만들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달 미국 독립 영화 시상식 중 하나인 고섬 어워즈에서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이달 들어 후보 지명과 수상 소식을 잇달아 전하고 있다.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의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과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 후보로 '오징어 게임'을 선택했고 주인공 기훈 역을 연기한 이정재를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렸다.
이어 미국 대중문화 시상식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선 '올해의 몰아볼 만한 쇼' 수상작으로 뽑혔다. '로키'(디즈니플러스), '테드 래소'(애플TV플러스),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HBO) 등 쟁쟁한 경쟁작을 물리치고 거둔 성과였다.
미국 영화와 드라마로 한정해 10대 작품을 선정하는 미영화연구소(AFI)는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인정해 특별상을 수여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 등 3개 부문 후보에 지명된 것이다.
여기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인디스피릿어워즈'는 이날 드라마 부문 남우 연기상 후보에 이정재를 지명했다.
버라이어티는 '오징어 게임'이 여세를 몰아 미국배우조합상(SAG)과 내년 9월 열리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도 도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비영어권 드라마가 골든글로브를 비롯해 SAG나 에미상 등 주요 시상식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한 적은 없지만 '오징어 게임'은 이전에는 결코 없었던 현상이고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과 같은 방식으로 넷플릭스가 시상식 시즌에서 '오징어 게임'의 파란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 4관왕의 쾌거를 이룬 뒤 "1인치 자막의 장벽은 허물어졌다"는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TV 담당 임원 벨라 바제리아는 버라이어티에 '오징어 게임'이 외국어 작품에 대한 미국 시상식의 장벽을 허무는 순간이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도 "많은 사람이 더빙 버전이 아니라 자막으로 봤다고 말해줘 매우 기뻤다"며 "봉 감독이 말한 1인치 자막의 장벽이 드디어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