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핫플 쌍문동, 재개발 성지로 [홍헌표 기자의 헌 집, 새 집]

입력 2021-12-14 14:00
수정 2021-12-14 14:14


쌍문동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 이 질문을 지금 이 시점에 하면 열에 여덟은 오징어게임을 떠올릴 것이다.

▲ 서민 주거지역인 드라마 속 쌍문동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낸 쌍문동을 작품의 배경으로 썼다. 황동혁 감독은 실제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쌍문동의 천재 조상우에게 자신을 투영했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 쌍문동은 허름한 주택가와 시장을 배경으로 하는 서민들이 사는 동네이다.



쌍문동은 오징어게임 이전에도 많은 영상 콘텐츠의 배경으로 쓰였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이면 불혹인 '아기공룡 둘리'와 응답하라 시리즈의 최고 히트작 '응답하라 1988'이다. 둘리가 얹혀사는 고길동의 집주소는 도봉구 쌍문동 2-2(실제로는 없다)이고,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들이 사는 곳도 쌍문동이다.

도봉구는 오징어게임이 촬영된 백운시장과 둘리테마거리, 둘리뮤지엄 등을 관광명소로 홍보하고 있다.



이렇게 쌍문동이 소재로 많이 활용된 것은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시내와 멀지 않은데 서울의 변두리에 있고, 개발이 상대적으로 덜 된 주택가가 많아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기에 좋은 곳이다. 된소리로 한 번 들으면 기억에 잘 남는다는 것은 부수적인 이유다.

▲ 경전철 개통 후 대규모 개발호재 없어

현재 쌍문동 모습은 작품 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에 철도노선이 지하철 1~9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분당선, 신분당선 등 굉장히 많지만 쌍문동은 가장 늦게 개통된 우이신설 경전철이 들어서기 전까지 지하철 역이 굉장히 귀한 동네였다. 4호선 쌍문역 고작 하나 뿐이었다.

지난 2017년 9월 우이신설 경전철이 개통되면서 2개 정거장(4.19 민주묘지역·솔밭공원역)을 추가로 갖게 됐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쌍문동을 돌아다녀보니 여전히 교통은 불편했다. (특히 강남권 접근이 상당히 어렵다.)

경전철 개통 이후에는 GTX 노선이나 강북횡단선 등에도 신규로 포함되지 않고 대형 교통호재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집값은 대세 상승에 힘입어 많이 올랐다. 도봉구 A공인중개사는 "도봉구가 오르면 서울 집값 다 오르는거지"라며 솔직한 입장을 내비쳤는데,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2019년 4월 이후 도봉구의 집값은 39%가 올랐다. 실제로 쌍문동 한양1차 아파트는 전용면적 79㎡가 2019년 7월 4억9,500만 원에서 2년만에 8억1,500만 원까지 뛰었다.

쌍문동은 북한산과 도봉산으로 둘러싸여 동네 분위기가 고요한 편인데, 전체적으로 대단지 아파트 보다는 낮은 주택가가 굉장히 많다. 특히 가장 큰 역인 쌍문역 주변에 역세권이라고 할만한 아파트가 많지 않다.

오히려 이런 환경 덕분에(?) 쌍문역 주변으로 역세권 개발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 "쌍문동 마지막 개발기회" 도심 복합사업

"70년대에 잠실은 뽕나무가 많았어. 강남이 다 논, 밭이었어"

지금은 믿기 힘든 말이지만 불과 40~50년 전에는 그랬다고 한다.

쌍문동도 미래에 부촌은 아닐지라도 '서민 주거지역'이라는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을까?

쌍문동 주택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서울 내 주택공급을 위해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쌍문동 3개 구역이 예정지구로 선정됐다.

지난 10월 27일, '도심 복합사업'의 첫 예정지구로 지정이 된 4곳 중 하나가 쌍문역 동측(창동 658-1)이었다. (이 지구는 행정구역은 창동이지만 창동역 보다는 쌍문역에 훨씬 가까워 편의상 포함시켰다.) 주민동의율도 쌍문역 동측은 81%로 증산4구역(75%), 방학역(75%), 연신내역(67%)보다 높았다. 그만큼 지역주민들의 개발의지가 크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어 11월 29일 쌍문역 서측(쌍문동 138-1)과 12월 7일 덕성여대 인근(쌍문동 486-107)이 연이어 예정지구에 포함됐다.



기자가 쌍문역 서측을 돌아다녔는데, "예비후보지에서 끝내실건가요? 쌍문역 서측의 마지막 개발기회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여러 번 사업을 추진하다 좌절된 이 곳 주민들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덕성여대 인근은 덕성여대 후문 쪽인데, 오징어게임에서 상우 어머니의 생선가게가 있는 백운시장과 맞닿아 있다.



백운시장 주변인 덕성여대 인근은 빌라와 단독주택이 많고, 가구당 대지지분도 넓어보였다. 사업면적에 포함되는 공터도 상당히 많다.

쌍문역 동측은 역세권 유형의 사업으로 1만5,831㎡(축구장 2개 크기) 부지에 용적률 480%로 고층 아파트 646세대(일반분양 369세대)가 새로 지어진다. 쌍문역 서측도 역세권 유형으로 4만1,186㎡ 부지에 용적률 380%, 1,088세대(일반분양은 323세대)를 공급한다. 덕성여대 인근은 저층주거지 유형으로 분류돼 3만9,276㎡ 부지에 용적률 250%가 적용된다. 총 976세대 공급, 일반분양은 565세대 예정이다.

▲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연내 본지구 지정 가능성

도심 복합사업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현재 시세와 비교해도 60~70% 수준으로 상당히 저렴하다.

쌍문역 동측은 일반공급 추정분양가가 3.3㎡당 1,999만 원이다. 전용 84㎡ 기준 6억7천만 원이고, 쌍문역 서측은 3.3㎡당 2,161만 원, 전용 84㎡ 기준 7억2천만 원이다. 현재 쌍문역 인근 아파트 시세가 3.3㎡당 약 3천만 원 임을 감안하면 분양 당첨시 평당 1천만 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덕성여대 인근은 3.3㎡당 1,854만 원, 전용 84㎡ 기준 6억6천만 원으로 추정분양가가 나왔다.

남영우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10월에 예정지구로 지정한 4곳은 연내 본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11월에 지정한 구역은 주민의견청취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대우건설·SK에코·HDC현산 시공권 눈독

아직 예정지구 단계이지만 정부의 사업추진 속도와 주민들의 개발호응도를 보면 본지구 지정은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쌍문역 서측은 대우건설과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이, 덕성여대 인근은 HDC현대산업개발과 SK에코플랜트가 경쟁하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말 본지구 지정을 거쳐 내년 초에는 단지 설계공모를 실시하고, 내년 말까지 시공사 선정 및 복합계획사업 승인절차를 완료한다"고 설명했다.

도심 복합사업을 제외하면 쌍문동에 남은 호재는 '지하철 4호선 급행화'와 '우이신설 경전철 방학역 연장' 정도다. (일부는 GTX C노선 창동역의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동의가 빠르게 확보되고 있는 만큼, 사업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편집자주 : 서울 전역에 도시재정비 사업이 활발하다. 한국경제TV 부동산부 기자가 직접 재정비 지역에 임장(부동산 투자를 위한 현장 답사)을 통해 팩트에 기반한 생생한 정보를 가감 없이 제공하기 위해 '홍헌표 기자의 헌 집, 새 집' 코너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