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업계, 이번엔 ‘액체생검’ 도전…내년 상반기 상용화

입력 2021-12-14 10:17
수정 2021-12-14 16:43
<앵커>

혈액이나 소변 등으로 간편하게 질병 진단이 가능한 이른바 '액체생검'은 무엇보다 암 조기진단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데요.

국내 체외진단 업체들도 잇따라 액체생검 기술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제품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김선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스크리닝'이라 불리는 조기진단은 암 환자의 완치와 생존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존에는 몸 속에서 이상반응이나 통증이 시작된 후 암 관련 조직검사를 하게 되고, 이후 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액체생검은 피 한 방울로도 암 조기진단이 가능해, 수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기대감이 컸던 정밀의료 기술입니다.

최근 국내 진단업체들이 개발한 제품이 고난도의 기술 장벽을 넘어 상용화 단계에 이르면서, 액체생검 시장은 국내 진단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유전체 빅데이터 기업 EDGC는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세포 유래 DNA를 분석해 초기 단계 암을 진단하는 '메틸레이션' 기반 액체생검 기술을 내년 상반기 상용화 할 방침입니다.

[이성훈 / EDGC 사장(CTO) : 세포가 성장을 하면서 터지면 그 안의 내용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혈액 안에 암세포도 있으면, 암세포에 있는 내용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죠. 그 중 특정한 물질(DNA)을 검사하는 것입니다. 암 DNA의 특징적인 표지가 있는데 (EDGC는) 그 부분만을 선별해서 보는 방법을 씁니다. 특이도 95%, 민감도 90%를 목표로 하고 있고요.]

EDGC의 액체생검 기술이 상용화 되면, 회사는 14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예정인 미국의 그레일과 함께 글로벌 액체생검 시장을 주도할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혈액뿐 아니라 대변 등으로도 대장암 등을 조기진단 할 수 있는 기술도 국내 기업이 이미 상용화했습니다.

내시경과 같은 번거로운 과정 없이도 대장암 조기진단이 가능합니다.

[지노믹트리 관계자 : 우리가 연구 단계에서 이미 건강한 사람과 대장암 환자의 대변을 이 마커를 갖고 테스트를 해보니 대장암 환자 100명 중 90명에서 양성이 나오니까. 그래서 체액으로 간단하게 바이오마커 같은 걸 가지고 테스트를 해서, 이상이 있으면 그 사람은 대장암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지노믹트리는 소변 DNA를 바탕으로 방광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도 최근 시작했습니다.

분자진단 기업 젠큐릭스도 혈액을 이용한 간암 조기진단 임상에 돌입했고, 엔젠바이오도 차세대 염기서열(NGS) 분석 기술을 이용한 액체생검 시장 진출을 예고했습니다.

글로벌 액체생검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억달러(1조1,000억원)에서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높은 기술장벽으로 인해 아직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액체생검 시장은 코로나 이후 국내 진단업계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선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