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이번 달 시작됐습니다.
파수와 쿠콘, 아톤 등 마이데이터 사업 수혜주들의 주가가 큰폭으로 상승하는 등 소비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컸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여기저기서 허술한 부분들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정치경제부 문성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자>
마이데이터 사업은 시작 전부터 어디까지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를 두고 은행과 보험, 카드 등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간 이견차가 컸는데요.
결국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을 대변하는 여신금융협회는 그제(6일) 금융위원회에게 핀테크 회사들을 대변하는 핀테크산업협회에게 '매입 취소'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먼저 매입 취소 정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샀다가 바로 취소하면 승인 취소, 그리고 하루 이틀 뒤에 반품을 신청하면 매입 취소가 되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승인 취소는 바로 결제가 취소가 되지만, 매입 취소는 며칠 뒤에 결제가 취소가 되는 형태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카드사들이 매입 취소 정보를 핀테크 회사들에게 제공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카드로 100만 원을 사용하고 20만 원을 환불 처리했다면 핀테크 회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는 환불내역은 나오지 않고 100만 원 사용한 내용만 나오게 됩니다.
반면, 매입 취소 정보를 가지고 있는 카드사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는 제대로 내역이 나오게 되죠.
결국 같은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정보, 서비스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앵커>
문 기자, 취재 결과 마이데이터 서비스 관련 허점이 추가로 발견됐다고요.
<기자>
최근 몇년 간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졌지만 대신 해외 직구 많이 하시죠.
이런 해외 직구 등을 포함해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했을 때 현재 핀테크 회사들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는 어디에서 썼는 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일부 사용처는 어디에서 사용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셈이죠.
해외의 경우 가맹점 가입 여부에 따라 승인 정보 대신 매입 정보만 제공하는데,
카드사들이 매입 취소 뿐 아니라 매입 승인 정보도 핀테크 회사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드사들은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매입 정보를 반영해 정보를 전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핀테크 회사들은 카드사들이 이용내역에 매입 정보를 통합해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보험 관련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반쪽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요.
<기자>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보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마이데이터 정보 공개 범위에서 피보험자 관련 내용은 제외돼 있습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요. 쉽게 부모가 자녀를 위해 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보험료는 부모가 내고 보험금은 자녀가 받게 되는 형태일텐데요. 계약자는 부모이고 피보험자는 자녀인 셈이죠.
이런 경우 자녀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본인의 보험 보장 내역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보험사들과는 달리 핀테크 회사들은 사실상 반쪽자리 보험 정보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앵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인가요.
<기자>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정보 제공 범위를 두고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관련 정책 관할은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는데요.
의견 차이가 너무 크다보니 중간에서 입장을 조율하는 데 굉장히 난감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의 주체인 개인이 정보에 대한 권리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내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사업자들 간 이권 싸움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앵커>
업계 구도나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까.
<기자>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 일반적으로 20억 원 안팎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소형 회사들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인데요.
이렇게 큰 돈을 들여서 힘들게 라이선스를 획득했는데 정보 격차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겠죠.
마이데이터 시장이 자칫 자금력이 있고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만 살아남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