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8일)부터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매매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높아집니다.
소득세법이 정한 고가주택 기준이 지난 2008년 9억 원으로 정해진 지 13년 만에 상향 조정된 겁니다. 이에 대해 부동산 김민수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여·야가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가 얼마전인데, 법안 처리가 아주 빠르게 진행됐네요?
<기자>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를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기로 여야가 전격 합의한 것이 지난 달 26일입니다.
일하는 날 기준으로 보면 딱 8일 만이고, 날짜로는 채 2주가 안됐는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넘어와 실제 시행까지 들어간 겁니다.
아주 흔치 않은 사례인데, 아무래도 다가온 대선 때문이겠죠.
사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만든 건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한 직후인데요.
부동산 민심에 놀라 법안을 만들고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눈치만 보다 이제 와서야 처리한 겁니다.
원래 법안은 1주택자 비과세 한도를 12억 원으로 늘리는 대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었는데, 민주당이 그 부분도 포기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앵커>
당장 내일부터 바로 적용되는 겁니까?
<기자>
바로 내일부터 시행입니다. 잔금을 치르는 날이나 등기를 하는 날 중 빠른 날이 내일 이후라면 바로 적용됩니다.
보통 잔금일에 등기를 하니까, 내일 이후 잔금을 치르는 1주택자는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소급적용 없기 때문에 오늘 잔금 치르는 분은 상의하셔서 내일로 미루시면 됩니다.
또 일시적 2주택은 다주택자라도 양도세에서는 1세대 1주택으로 적용받으니까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종합부동산세 적용 시 주택 수에서 빼줬던 공시가 3억원, 지분율 20% 이하 상속 주택 역시 1주택으로 친다는 부분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실제로 1주택자들이 얻는 혜택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사례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1주택자가 7억 원에 산 집을 2년 거주·2년 보유 요건을 모두 채운 후, 15억 원에 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단순한 계산을 위해 기본공제만 적용했습니다.
현행 9억 원 이하 비과세 기준을 적용하면 기본공제를 제외한 양도세는 총 1억1176만 원입니다.
하지만 비과세 기준이 12억 원으로 올라가면, 내야 하는 양도세는 4449만 원으로 크게 줄어듭니다. 6700만 원이나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됩니다.
조금 더 고가의 아파트 사례를 보겠습니다.
1주택자가 25억 원에 산 아파트를 2년 거주·2년 보유 요건을 채운 후 35억 원에 팔아 시세차익 10억 원을 남긴 사례입니다.
이 경우, 현행 세법대로라면 양도세를 2억5700만 원 내야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2억227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대략 3400만 원 세금을 아끼는 셈입니다.
두 사례를 비교해 보면 아실텐데요.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라간 비과세 구간에 매수가와 매도가가 겹치는 주택들의 감세 혜택이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 것으로 예상됩니까? 거래가 좀 살아날까요?
<기자>
사실 1주택자의 경우 집을 하나 팔고 하나 사는 경우 대부분이라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기는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갈아타기' 수요죠.
일단 거래라도 늘어야 하는데, 문제는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비과세 한도가 12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양도세를 아낄 수는 있게 됐지만,
그만큼 집값이 더 많이 올랐고 취득세나 중개수수료 등 이사를 하는데 드는 부대비용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는 보통 상급지로 이동하기 마련인데, 지
금은 대출이 쉽지 않아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로 쏠리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정부는 반대하고 있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달 1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전격 합의한 여당이 곧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청와대와도 교감을 한 것으로 보이는 터라 당·청 간 충돌로 비춰지기도 했는데요.
또 민주당 내에서도 강경파들의 반대가 심해 당 지도부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오늘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엄밀하게 말하면 다주택까지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정치라는 게 항상 예상대로만 가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았습니다.
관건은 선거전 판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펼친 부동산 정책과 상반되는 것이라 부담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여당이 판세에서 밀릴 경우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여당 대선후보의 결심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