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내년 가계 부채 총량 한도(4∼5%대)를 유연하게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 위원장은 지난 3일 화상 방식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금융 정책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이런 입장을 표명했다.
고 위원장은 "총량 관리는 올해 하반기에 대폭 강화해 당분간 지속하겠지만 내년에는 개인별 DSR 등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가 시행되기 때문에 총량 관리 목표를 정하더라도 올해보다는 훨씬 유연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과 같은 실물 경제 상황 그리고 금융 시장, 자산시장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총량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내년에 가계부채 총량 관리 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할 것이며 이는 사실상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가계부채 총량 관리 과정에서 은행이나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이 절대 위축돼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나라는 금융 불균형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 위원장은 취임 후 가장 시급한 현안이 가계부채 연착륙이었다면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으로 지난 8월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부동산 시장도 차츰 안정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11월 금융권 가계 대출 증가액은 총 5조9천억원으로 7월 15조3천억원, 8월 8조6천억원, 9월 7조8천억원, 10월 6조1천억원과 비교해 감소했다. 가계 대출 증가율도 지난 7월 10%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7.7%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고 위원장은 "아직 안심하기 이르며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과 상호 상승작용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세대출,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 등 문제는 원칙을 지켜가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치솟는 물가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으로 경제 회복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내년 가계부채 관리는 총량 관리를 기반으로 하되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로 단계적 전환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3월에 금융권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므로 상환 부담 완화, 채무 조정 등 섬세한 연착륙 방안 마련에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취약 계층의 자금상 어려움이 커지지 않도록 내년에는 정책 서민금융 공급 목표를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면서 인터넷은행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이 확대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또한, 대출 금리가 빠르게 인상된 시기를 중심으로 은행 예대금리 산정 체계 및 운영 적정성을 점검 중이라면서 내년 중금리 대출을 35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고 위원장은 밝혔다.
그는 서민우대 보금자리론 프로그램 등 정책 모기지 공급을 지속하고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등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만기 연장 등 충분한 거치 및 상환 기간을 부여하고 컨설팅 등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안정성에 대한 종합 점검을 추진하겠다"면서 "각종 위험 요소에 대해 금융권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는지 건전성, 유동성, 수익성 등의 측면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보험, 금융투자, 여신전문업계와 간담회를 했다면서 "디지털 전환과 수익 모델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금융사와 빅테크의 공정한 경쟁 체계 마련 등 시급한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조만간 빅테크, 핀테크 업계와도 만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 위원장은 공매도 전면 재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가야 할 길이며 전자금융법 통과와 관련해선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세가 1년 유예된 가상자산에 대해선 신고된 업체들을 철저히 관리 및 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다수의 가상자산 법안이 발의돼 입법 논의 중인 만큼 이용자 보호에 우선을 두되 블록체인, 가상자산 생태계도 균형 있게 고려해가며 국제적 기준과 규율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