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거짓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 오미크론 감염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방역 '골든타임'을 사라지게 했다.
인천공항 도착 후 방역택시를 탔다는 거짓말 대신, 지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이용했다고 사실대로만 진술했다면 적어도 5일간 오미크론 전파를 막아 지역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40대 A씨 부부는 지난달 24일 나이지리아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 국적 지인인 30대 B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으로 이동했다.
A씨 부부는 귀국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1일에는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됐다.
B씨는 A씨 부부의 확진 소식을 접하고 지난달 25일 보건소를 찾아가 1차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이 나오자 아무런 지장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 갔다.
그러나 B씨 역시 결국 지난달 29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1일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됐다.
A씨 부부는 확진 판정 후 당국 역학조사 때 B씨와 접촉한 사실을 숨긴 채 "공항에서 방역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만일 A씨 부부가 B씨 차를 타고 이동한 경로를 사실대로 말했다면 B씨는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 조치되고 접촉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방역 당국은 백신을 모두 접종하고 2주가 지난 '접종 완료자'는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더라도 증상이 없으면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B씨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기에 원래대로라면 A씨 부부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에 들어갔어야 했다.
이렇게 조치했다면 A씨 부부의 확진일인 11월 25일부터 B씨의 확진일인 11월 29일까지 5일간 B씨와 타인의 접촉을 막을 수 있었지만 B씨의 일상생활이 이어지면서 접촉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B씨는 자신이 사는 인천시 연수구 함박마을 인근 치과·마트·식당을 찾았다. 지난달 28일에는 B씨와 접촉한 그의 가족이 미추홀구 한 대형 교회를 방문했다.
B씨 가족은 당일 이 교회의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를 함께 들은 인원만 무려 411명이다.
같은 날 다른 시각에 열린 예배에는 우리나라 국적 신도 400명이 참석했다.
발열 증상으로 코로나19 2차 검사를 받았던 B씨는 지난달 29일 뒤늦게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어 A씨 부부와 함께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실이 전날 확인됐다.
결국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의 지역 전파를 막기 위해 B씨 가족과 같은 날 교회를 찾은 신도 811명의 검사에 나섰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당초 교회 방문자가 B씨로 확인됐지만 조사 과정에서 그의 가족이 간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며 "이 가족이 정확히 B씨와 어떤 관계인지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들 신도 가운데 추가 감염자가 확인될 경우 외국인 마을을 중심으로 한 변이 확산도 우려된다.
B씨가 사는 함박마을은 전체 인구 1만600여명 가운데 카자흐스탄인과 고려인 등 외국인이 5천400명가량에 달한다.
해당 교회 프로그램의 참석자 대다수가 중앙아시아 국적이었던 만큼,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 마을 내 감염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방역 당국은 A씨 부부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