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도 유예"…임금체불 재판서 '코로나 경영난' 참작

입력 2021-11-28 10:05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업주의 근로자 임금·퇴직금 체불사건 재판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이달까지 선고된 근로기준법·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최저임금법 위반사건 판결문 40건 중 87.5%(35건)에서 감염병 사태에 따른 경영 악화 등 피고인이 주장한 코로나19 관련 사유가 양형에 유리한 요소 중 하나로 명시됐다.

이들 40건에 등장하는 사업주들은 임금·퇴직금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등 혐의는 인정돼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만 법원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위기로 임금을 체불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경영난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임" 등을 언급하며 감염병 상황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간주한 판결이 많았다.

양형별로는 벌금형이 70%(28건)로,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13건이 집행유예 처분됐다. 선고된 벌금액은 최저 3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이었다. 징역형(11건)의 경우 1건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다른 성격의 범죄와 병합된 사안이었고, 나머지 10건은 형 집행이 유예됐다. 가벼운 범죄에 대해 여러 사정을 참작해 내려지는 선고유예(1건)도 있었다.

업종은 식당, 휴게음식점 등 음식과 관련된 사건이 9건(22.5%)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이 8건(20%)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학원, 언어교습소 등 교육 관련 업종 3건(7.5%), 건설업 2건(5%), 숙박업 2건(5%), 봉제업 1건(2.5%) 등이었다.

업체 규모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50인 미만이 23건(57.5%)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도 12건(30%)에 달했다. 50인 이상은 2건(5%)이었고 3건은 규모가 확인되지 않았다. 5건의 피고인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폐업했고, 1건의 사업주는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해당 사례들이 대법원이 제공하는 판결문 열람 서비스에서 법령 명칭과 함께 '코로나'를 키워드로 설정해 검색한 판결문 중 범죄사실과 코로나19 사태 간 관련 여부가 언급된 사건들을 추려 분석한 것을 고려하면 감염병 상황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