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촐한 작품에 수십억…주식 압도한 아트테크의 세계 [부터뷰]

입력 2021-11-26 17:31
수정 2021-11-27 13:41


미국 3대 음악상 AMA로 음악계를 접수한 BTS, 세계 콘텐츠 시장에 깊은 각인을 남긴 '오징어게임' 등 대중 문화에서 시작한 한류가 예술과 미술 등 고전 분야로도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미니멀리즘한 색의 배치, 단촐한 구성의 한국 단색화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내며 유럽, 아시아권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언뜻 누구나 따라그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는 걸까요?

동시에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젊은층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찾고 있는 분야가 한국 미술입니다. 이러한 작품이 어떻게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지,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접하면 좋을지 한혜미 갤러리K 아트딜러에게 물었습니다.

▶ 1편 다시보기 : https://youtu.be/6INIG7_2pKQ

● 단촐한 그림 한 장에 수십 억…단색화 인기의 비결

샤이니 : 단순한 작품 같아도 막상 거래된 가격을 보면 상당해요. 대체 무슨 기준으로 미술품의 가격을 정하는 건가요?

한혜미 : 작가와 작품이 동시에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예요. 일반적으로 '나도 그릴 수 있어' 그 정도 단순한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그린 작품을 갤러리에 걸어주진 않잖아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내가 쌓아온 이력과 어느 정도의 명성이 뒷받침 되고, 작가의 비전이 드러날 때 비로소 가격으로 시장에서 평가하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 대표적으로 이우환 화백님 얘길 많이 하세요. 화백님 같은 경우엔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으셨고, 그만한 이력이 있어요. '단색화'라고 들어보셨다면 아실 거예요. 단색화는 우리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술 사조인데 그 중심에 있는 분이 이우환 화백님이에요. 그러한 흐름을 만드는 분이기에 그만한 값을 치러서라도 작품을 구하려하는 것이고요.

샤이니 : 그 외국에서도 '단색화'라고 불릴 정도 이 작품들을 좋아한다면서요?

한혜미 : 아예 단색화(Dansaekhwa)라고 부르는 정도예요. 그만큼 인정받는 작가님들 인거예요. 심플해보이고 누구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분들이 하셨기 때문에 높은 값에 평가를 받는 것이죠.

그리고 작가님들께서 이런 말씀하세요. '이걸 내가 몇 시간만에 그린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그린 거다'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 들도 이 낙서가 천만원, 수백억 원이지?라고 하지마시고 그동안 그 작가가 치열하게 작품을 완성해왔을지, 그걸 알아봐주시는 사람들로 인해 가격이 얼마나 더 올라갈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샤이니 : 이렇게 세계적인 평가를 받을 정도가 된 우리나라 미술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작품이라고 하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한혜미 : 제일 많이 알려진 비싼 작품이면서 그 만한 평가를 받는 화가는 김환기 화백을 많이 언급해요. 우리나라, 국내에서 거래된 작품 가운데 최고액은 김환기 화백님의 작품인데 54억원에 판매된 기록이 있어요. 동시에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 최고가를 쓴 분도 김환기 화백님이예요.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32억 원에 낙찰돼서 화제가 됐어요.

샤이니 : 혹시 저희 구독자인 MZ세대 분들 중에 그림 잘 그리는 분들은 직접 판매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말 가능한가요?

한혜미 : 사려는 사람만 있다면 가능하죠. 그런데 미술 경매도 누구나 작품을 들고와서 해달라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녜요. 다 따져보고 가치가 있을지 보고 경매에 들어가는 것이기에... 만약 나도 그림을 잘 그려서 이 시장에 작가로 들어가고 싶다면, 신진 작가를 위한 아트페어에 들어가서 이력을 쌓은 뒤에 도전하면 나을 거예요.

그리고 요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분들도 계세요.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그린 과정을 공개하고 나중에 해당 작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람을 좋아해서 구매하기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연예인들이죠. 작품도 작품이지만 연예인의 손길이 닿았단 점에서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아요.



● 큰 그림이 더 비쌀까…호당 가격 무슨 의미?

샤이니 : 미술품 중에 원화, 판화 이렇게 구분을 하기도 해요. 기초적인 미술 용어 몇 개 공유해주세요.

한혜미 : 우리가 감상하는 그림 중에 세상에 하나 뿐인 그림은 다 원화예요. 그걸 찍어낸 작품은 판화로 구분해요. 판화는 그림 맨 밑에 1/100, 2/100 이런 식으로 100장 중에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으로 표시가 되어 있고, 귀퉁이에 작가의 사인이 기재되어 있는 그림들이예요.

이런 그림을 거래하실 때 알아둘 개념 중에 호당 가격이 있는데, 가령 아파트의 평당 가격에 비유하자면 3.3제곱미터당 얼마로 계산하잖아요. 그림도 호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거예요. 호는 A4 반 정도, 엽서 2장 정도 모은 크기라고 보시면 되는데, 가령 호당 10만원인데 100호의 사이즈를 그렸다 호당 10만원 곱해서 가격을 정하는 식이예요.

샤이니 : 그런데 당황스럽기도 해요. 예술 작품을 크기에 비례해 가격을 매길 수 있어요?

한혜미 : 물론 큰 작품이 더 예술성있고 비싸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호당 가격이 있기 때문에 해당 작품의 가격을 다른 곳에서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장점도 있어요.

이러한 관행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라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것 만큼 작품 가격을 매기기에 나은 방법을 그동안 찾지 못해 유지가 되고 있다고 해요.



● 좋은 그림의 기준은…"취향부터 찾아보세요"

샤이니 : 그럼 제가 만약 딜러님께 그림을 구하고 싶다 추천해주시는 기준이 있나요?

한혜미 : 보통 저는 고객분들의 성향을 보고 추천해요. 누구나 취향은 있거든요. 가령 빨간색이 좋은지 파란색이 좋은지 혹은 복잡한 것이 좋은지 심플한 걸 선호하는지, 인물화와 풍경화 중에서 좋아하는 취향이 있기 마련이에요. 다만 그림을 재테크 목적으로 구하려한다면 나의 취향과 시장의 취향이 맞아야해요. 시장 취향과 거리가 있다면 비교할 수 있게 안내해드리기도 해요.

샤이니 : 그런데 그림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재테크 목적으로 찾는 경우엔 시장성 비교가 어려울 것 같아요. 투자하기 힘들 것도 같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한혜미 : 저는 '좋은 작품보다 좋은 작가'라는 기준이 있어요. 유명한 아트페어는 작가가 원한다고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갤러리 선별을 거쳐야 나갈 수 있어요. 또 소장자가 유명한 기업, 기관인 경우엔 먼저 공개해서 판매를 하기도 해요. 우리가 모르는 소장자가 훨씬 많겠지만 그런 식으로 작가, 작품의 어떠한 이력은 있는지 혹은 유명한 소장자를 거쳤는지를 알아보시는 편이 좋아요.

그 다음 작품은 내 취향을 보면서 이게 진품인지 여부를 꼭 따져야 해요. 대부분은 진품이지만 간혹 개인적으로 혹은 중고로 싸게 판다면 주의하셔야 해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좋은 작품은 나에게만 절대 싸게 판매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좋은 작품이라고 한다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사려는 사람들이 수 많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값에 거래할 이유가 없어요.

● 앞으로 주목할 작가들…감성빈·최윤정·이준원·손정기

샤이니 : 해외 경매에도 소개될 정도로 너무 유명한 분들 말고 저희도 경험하고 접해볼 만한 라이징스타, 주목할 작가들도 알려주세요.

한혜미 : 제가 책에서도 소개하고 제 취향이 담긴 분들인데 감성빈 작가님의 경우 아트페어에서 항상 솔드아웃될 정도로 점점 더 주목받는 분이에요. 최윤정 작가님, 이준원 작가님, 손정기 작가님도 천천히 이력을 쌓고 계시고, 인터뷰할 때도 작품의 철학이 확고한 분들이라 여러분들도 작품을 꼭 찾아보시길 권해드려요.

끝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트테크는 단순한 재테크가 아니라 취향과 안목을 구매하는 재테크라는 점이에요. 동시에 작가에게 후원하는 재테크라고도 할 수 있고요.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앤디워홀, 피카소의 작품을 아무도 구매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기억하고 있을까요? 이름도 몰랐을 거예요. 우리 가운데 누군가 구매활동을 하게 되면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하나의 역사를 같이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자부심까지 얻어가시면 좋겠습니다.

샤이니 : 미술에 대한 안목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엔젤투자 혹은 후원자가 되는 방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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