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박은빈, 경이로운 섬세함…시시각각 변하는폭넓은 감정의 격동

입력 2021-11-24 07:11



배우 박은빈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KBS2 월화드라마 ‘연모’에서 박은빈이 결국 옥좌에 앉으며 ‘왕’ 이휘로서의 새로운 전개를 시작한 가운데,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자신의 삶을 포기한 그의 애처로운 이야기가 박은빈의 섬세한 연기와 만나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연모’ 지난 13-14회에서는 정지운(로운)과의 달콤했던 사랑의 도피도 잠시, 아버지 혜종(이필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왕위에 오른 이휘의 험난한 생존기가 그려졌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켜준다는 조건으로 외조부 한기재(윤제문)의 인형이 되겠다 선언한 휘였기에, 비록 왕이라 할지라도 휘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왕과 신하로 마주한 지운과는 더 이상 마음을 나눌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후사를 이으라는 뜻에 따라 중전 노하경(정채연)과 합방해야하는 위기까지 찾아왔다. 결국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진실만을 고하며 하경과 ‘두 이불 첫날 밤’을 보낸 휘의 얼굴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죄책감과 더불어 마치 하경을 통해 자신을 투영하는 듯한 쓸쓸함 마저 느껴져 가슴 뭉근한 울림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휘는 이휘였다. 한기재에게 그저 허수아비 왕으로만 보여졌던 모든 게 다 치밀하게 짜인 전략이었던 것. 윤형설(김재철)과 공조해 한기재 사병의 존재와 혜종을 독살했다는 증거를 조사하는 휘의 반전 면모는 보다 더 강해진 왕으로서 이휘의 성장을 가늠케해 앞으로의 반격을 기대케했다.

이처럼 회차가 거듭될수록 예측할 수 없는 이휘의 여정은 박은빈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느끼게 하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헤어짐을 선택한 휘에게서는 이전보다 더욱 깊어진 애틋함이 감돌았고, 아내 하경을 바라보는 눈빛에선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그리고 한기재를 대하는 모습에선 두려움과 함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노와 복수심이 타올랐다.

이처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서사 안에서 이휘라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격동을 폭넓은 표현력으로 담아내는 그의 연기는 매회 감탄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박은빈만의 크고 맑은 눈망울은 캐릭터의 내면을 투명하게 내비치며 보다 깊은 이입을 유발하는 중이다.

새 국면을 맞은 왕 이휘가 과연 앞으로 닥쳐올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매주 월, 화 밤 9시 30분 방송되는 KBS2 ‘연모’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