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아문제 해결을 위해 60억 달러(약 7조 원)를 어떻게 쓸지 밝히면 주식을 팔아 대겠다고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말에 유엔이 화답했다.
1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이날 세계 43개국에서 기아로 허덕이는 4천만여 명에게 식량과 음식 쿠폰을 나눠주는 내용을 담은 66억 달러 규모의 지출 계획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그는 35억 달러는 직접 식량으로, 20억 달러는 현금과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쿠폰 형태로 나눠주고, 7억 달러를 들여 국가별로 가능한 식량 조달 계획을 마련해 "도움의 손길이 시급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4억 달러는 이 활동을 위한 현지 운영비와 행정 및 회계 처리, 식량 공급망 조정에 쓰겠다고 덧붙였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세계는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나는 코로나19와 분쟁, 기후 위기로 인한 파국을 경고해 왔으며 지금은 유통비마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아 위기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매우 급박하지만 극복할 수 있다"면서, 세계 최고 갑부인 머스크를 지칭하며 "당신이 원한 명확한 지출 계획과 정확한 회계를 여기 내놓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당신 또는 진심으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누구와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즐리 사무총장의 글에 대한 머스크의 대답은 아직 없다.
기부를 둘러싼 둘의 '대화'는 지난달 26일 비즐리 사무총장이 CNN과 인터뷰에서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을 거론하며 "일회성으로 60억 달러를 기부하면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비즐리 총장이 제안한 60억 달러는 당시 머스크 자산의 2%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자 머스크는 닷새 뒤인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WFP가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0억 달러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당장 테슬라 주식을 팔아 그렇게 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대신 오픈소스 회계로 정확히 돈의 용처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63세인 비즐리 사무총장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5∼199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공화당)를 지냈으며, 2017년부터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WFP를 이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