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매금융을 철수하는 씨티은행이 희망퇴직자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희망퇴직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은 2300여 명으로 집계됐는데요.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퇴직후 받을 퇴직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유례없는 1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교보생명, 그리고 증권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미래에셋증권이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지수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씨티그룹이 예상한 한국 소비자 금융 철수 비용은 최대 15억 달러, 우리돈으로 1조7700억원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직원들의 퇴직금 지급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씨티은행이 희망퇴직자들에게 내세운 특별퇴직금 조건을 보면 최장 7년까지 기본급 100% 지급에 창업·전직 지원금을 포함해 1인당 최대 7억 원까지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근속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일반퇴직금까지 더하면 10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는 임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퇴직연금 업계에서는 이번 씨티은행 퇴직자들의 퇴직연금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SC제일은행 희망퇴직 당시 약 6천억 원, 2018년 한국GM 희망퇴직 당시 5천억 원 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유례 없는 규모입니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르면 퇴직연금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가 퇴직금 수령 계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씨티은행은 일반 퇴직금제도 사업장으로 퇴직자들이 퇴직금 수령계좌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일반 급여 계좌보다 개인형퇴직연금계좌, IRP를 선택할 경우 절세효과가 있어 대부분 IRP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RP는 현재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에서 모두 가입할 수 있어 사실상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전 금융사가 씨티은행 퇴직자들을 잡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보험사 세 곳과 증권사 한 곳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대면 퇴직연금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교보생명, 미래에셋증권 4개 업체가 선정됐습니다.
'퇴직보험'과 관련해 기존에 씨티은행과 거래가 있던 보험사들 중 세 곳이 선정됐고,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게 신규로 추가됐습니다.
퇴직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야한다는 은행의 틀을 깨고 증권사 한 곳이 포함된 것은 최근 증시 활황과 더불어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선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사의 IRP수익률을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또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ETF나 리츠를 편입할 수 있는 등 상품 라인업이 다양하다는 측면에서 직원들의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설명회를 진행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IRP계좌를 가입할 수 있는 방법과 담당직원 연락처를 전달해 접근성 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했습니다.
다만 퇴직자들이 설명회를 들은 네 곳 외의 다른 금융기관을 선택할 수도 있어 씨티은행의 퇴직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 4월까지 IRP계좌를 확보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지수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