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전달보다 줄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7조 9천억원으로 9월 말보다 5조 2천억 원 증가했고, 증가 폭은 9월 말(6조 4천억 원)과 비교하면 약 1조 원 가량 줄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잔액 774조 5천억 원)은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해 한 달 사이 4조 7천억 원 불었다.
주담대 증가 폭 역시 8월(5조 8천억 원)과 9월(5조 6천억 원)에 비해 주춤해졌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경우 한 달 새 5천억 원 늘었지만 9월(8천억 원)과 비교하면 비슷한 증가 규모를 나타냈다.
이처럼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증가규모가 줄어든 반면, 기업대출은 증가규모가 상당폭 늘었다.
10월 기업의 은행 대출 잔액은 1,059조 3천억 원으로 9월보다 10조 3천억 원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은행대출이 2조 3천억 원 늘면서 9월(3천 억원)에 비해 증가규모가 약 8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중소기업 대출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이 계속되는 가운데 부가가치세 납부와 시설자금 수요로 8조 원 늘면서 9월(7조 4천억 원)과 비슷한 증가규모를 보였다.
박성진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는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의 기업 대출 태도 완화,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등이 영향으로 작용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줄었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와 비교한다면 10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가 대출 규제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도 10월 평균 주담대 증가 폭은 3조 8천억 원으로 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집단대출이란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특정집단의 차주를 대상으로 분양·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입주자를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취급되는 대출이다. 중도금대출, 이주비대출, 잔금 대출 등으로 나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대전 유성구 한 아파트 분양 관련 잔금대출 한도를 '분양가 70% 이내'로 제한했다.
우리은행은 잔금대출 한도 기준을 바꾸지 않았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높은 고위험 대출자에 대해 최근 잔금대출 한도 심사를 강화했다.
신한은행도 분양 아파트의 현 시세를 기준으로 한도를 산출하되, 최대 '분양가까지'만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앞서 9월 말부터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을 기존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아예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꿨다.
세 종류 가격 가운데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대부분 분양가격이 기준이 돼 잔금대출 한도가 상당 폭 줄어들게 된다.
여신(대출)이 아닌 은행의 수신 잔액은 9월 말 현재 2,095조 1천억 원으로 9월 말보다 19조 5천억 원 늘었다.
수신 종류별로는 수시입출식예금이 부가가치세 납부 등을 위한 기업자금 인출 등으로 9월 15조 7천억 원 증가에서 7조 9천억 원 감소로 돌아섰다.
정기예금(17조 9천억 원)은 9월 증가 폭(4조 원)에 비해 4배 가까이 큰 폭으로 불었다.
규제비율 관리를 위한 일부 은행의 자금유치 노력, 예금금리 상승 등으로 기타금융기관과 기업자금을 중심으로 큰 폭 증가한 이유에서다.
자산운용사의 수신도 9월 2조 5천억 원 감소에서 10월 한 달간 28조 3천억 원으로 증가 전환했다.
분기말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회수됐던 은행자금 유입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20조 7천억 원 급증한 영향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