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입 디젤 차량들이 배출가스를 불법으로 조작하면서 버젓이 도로를 달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산업부 송민화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송 기자. 이게 바로 ‘디젤게이트’잖아요? 몇 년 전 크게 이슈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일명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지난 2015년 9월이었죠.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 차량에서 배기가스가 조작되면서 이를 둘러싼 일련의 스캔들이었습니다.
폭스바겐 디젤차의 배기가스가 기준치를 훌쩍 넘긴 건데요. 하지만 폭스바겐 측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결과를 조작했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당시 폭스바겐에서는 배기가스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조작해서 테스트를 할 때만 배출가스가 환경 기준 이하(실내인증 기준 질소산화물양 0.08g/km)로 나오도록 세팅했고, 실제 주행 상황에서는 질소산화물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기준치보다 40배가량 더 발생하는 충격적인 일이 밝혀지면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 막심한 손해를 입게 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여기서 그친 게 아니라 처음에는 폭스바겐 차량에서만 배기가스 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룹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에서도 이와 같은 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앵커>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보다 많이 배출된 것이 문제였는데,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줄인다, 친환경이다 하면서 환경오염에 민감하잖아요? 질소산화물이 어떻게 안 좋은 건가요?
<기자>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초미세먼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질소와 산소가 만나면 생성되는 화합물인데요. 엔진에서 연소가 되는 과정에서 높은 온도에 노출될 때 발생합니다. 이 질소산화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대기 중에 노출된다면 눈과 호흡기를 자극하게 되고요. 심하게 노출되면 기관지염이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선과 만나면 오존을 생성한다고도 합니다. 무엇보다 공기 중으로 배출된 양의 7%정도가 초미세먼지로 전환되기 때문에 인체와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배출가스 조작으로 인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디젤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이후 최근까지도 배출가스 불법 조작 적발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내 불법조작 사례를 한번 살펴보면 지난 2015년 아우디,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닛산브랜드가 2018년에는 아우디와 포르쉐 그리고 이후 스텔란티스 그룹으로 변경된 FCA그룹과 또다시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브랜드의 차량들이 꾸준히 불법 조작으로 적발됐습니다. 지난해에는 벤츠와 닛산, 포르쉐가 또다시 적발된 상태입니다.
<앵커>
위반 내용을 보니까 EGR 가동률 저하나 요소수 분사량 저하 이런 내용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알려주시죠.
<기자>
네. 용어가 조금 낯설긴 합니다만 EGR과 SCR이라는 용어를 알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먼저 EGR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를 말합니다. 엔진이 연소를 하지만 완전 연소를 하지는 못하잖아요. 불완전 연소한 배출가스를 다시 연소실로 보내주면 이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데요. 대신 연소 온도를 낮추다보니까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출력과 연비가 떨어져서 고출력 차량에서는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SCR은 선택적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질소산화물이라는 특정 화합물을 원래 물질인 질소와 산소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우리가 최근 잘 알게 된 요소수가 필요합니다. 요소수가 분사되면서 화학반응이 활성화되기 때문인데요. 만약에 이 분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질소산화물질이 대기중에 그대로 배출 되겠죠. 그래서 2014년에 유로6 기준이 도입되면서 디젤차에는 요소수 장착이 의무화됐고 요소수가 부족하면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게 설계해놨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요소수를 적게 사용하도록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리포트에서도 나왔지만 적발된 브랜드를 살펴보니까 포르쉐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최근 들어 거의 매년 적발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먼저 포르쉐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에는 아우디나 폭스바겐과 같은 우리가 잘 아는 브랜드도 산하에 품고 있는데요. 결국 이들 모두 한 브랜드에 속한 자동차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포르쉐 같은 경우에는 프리미엄 스포츠카를 만들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잖아요. 그런데 지속적으로 이런 위반 사항들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이런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는데 왜 그런 건가요? 처벌이 너무 약한 건 아닙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최근 조치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 스텔란티스그룹의 경우 과징금 73억 원이 부과됐고요. 아우디는 79억 원, 포르쉐는 39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지난해 적발된 벤츠가 642억 원, 닛산 9억 원, 포르쉐는 10억 원의 과징금이 책정됐습니다.
최근 매년 적발되고 있는 포르쉐의 경우를 살펴보면 과징금이 39억 원과 10억 원이었는데요.
이에 반해 올해 3분기까지 포르쉐가 밝힌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무려 78% 증가한 36억 유로였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원하면 5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입니다. 포르쉐 입장에서 보면 우리 정부의 과징금은 껌 값에 불과한 상황인 거죠.
소비자단체에서는 과징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포르쉐의 태도를 문제 삼는 한편,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도 지적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만 처벌이 후한건가요? 해외에선 어떻게 처벌하고 있나요?
<기자>
독일의 경우에는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자국민들에게 1조 3,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조치한 바 있고요. 추가적으로 독일 자동차청에서 천문학적인 액수를 과징금으로 매기고 있었습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들이 다 모이는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 디젤게이트 당시 피해배상 금액만 17조 원을 책정하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지급하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또 같은 피해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더 엄격하게 다스리는데요. 아예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브랜드 철수나 판매금지 처분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법조작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개별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는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또 불법 사항에 대해 해외에서 조치가 내려지면 이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보니까 소극적이라는 지적 역시 나오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친환경차로 빠르게 전환하는 시점에 유독 우리나라에서 수입 경유차량의 배출가스 불법조작과 같은 문제가 적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은 디젤차 재고만 털면 그만이라는 식'의 수입차의 비윤리적인 행동도 철저한 단속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송민화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