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서 처음부터 원금을 나눠 갚는 분할상환대출 유도를 강조하면서 금융권의 대출 기조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데요.
KB국민은행이 모든 신규 전세대출에 '분할상환'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에 전세대출 분할상환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KB국민은행이 새로 전세대출을 받는 고객들에게 '원리금의 5%를 갚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이제는 전세대출도 '만기 후 일시상환'이 아닌 '분할상환'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 속에 급증하는 전세대출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대응 조치로 해석됩니다.
전세대출은 대표적인 '서민 실수요' 대출인만큼, 아직 국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은 분할상환을 의무화하기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월별로 대출을 안분해 관리해야 할 정도로 총량 규제가 더 세진데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원금 분할상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까지 주겠다고 공언한 상황.
고객의 자율 선택에 맡기는 방식으론 3% 수준인 분할상환 비중을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인 만큼, 조만간 다른 은행들도 전세대출을 새로 받으려면 일부라도 원금을 반드시 상환하도록 하는 방식의 '대출 조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은행권 관계자: (국민은행이) 5%로 의무화시켰다면 전 은행권이 머리를 맞대서 뭔가를 내겠죠. 당국의 방향이 그런 방향이니깐….]
전세대출 금리가 연 4% 중반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분할상환까지 안착되면 서민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입니다.
가령, 2억 전세대출 원금 5%만 분할상환해도 매월 갚아야할 금액은 50만원에서 91만원으로 '껑충' 뛰게 됩니다. 전세대출을 받아도 월세만큼 부담해야 하는 셈입니다.
[강경훈 /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전세자금대출은 여유 자금이 아닌데다, 만기도 2년 수준으로 짧아 원금 상환까지 요구하면 실수요자 충격 엄청날 것입니다. 인위적인 가계대출 규제보다는 기준금리 인상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가계대출 수요 감소를 유도해야 합니다.]
정부는 처음부터 빚을 나눠 갚는 분할상환 관행을 정착시켜 대출자의 일시상환 부담을 줄여나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결국 '전세의 월세화'만 가속화돼 무주택자의 고통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입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