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교내 휴대폰 사용금지는 기본권 침해"

입력 2021-11-03 21:33


국가인권위원회가 교내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고등학교에 규정을 바꿀 것을 권고하자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권위는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되 사용은 전면 금지한 고교 교장에게 학생생활규정 개정을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학교는 교내에서 휴대전화 소지는 허용하지만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휴대전화를 쓰려면 교사의 허락을 구해야 하며 수업 시간에도 교사 지도 아래서만 가능하다.

이런 규정에 따라 약 3개월간 휴대전화 사용으로 벌점이 부과된 건수는 304건에 달했고, 이 중에는 수업 시간 외 사용이 23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교 규정에 반발한 재학생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자 학교 측은 "학생들의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고 면학 분위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멀티미디어실에서 자유롭게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고 층마다 수신자 부담 전화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위급할 땐 담임 교사를 통해 신속히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규정은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휴대전화 사용 제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현대사회에서 휴대전화는 생활필수품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과시간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이 짧은 휴식 시간 중 원하는 시간대에 일상적인 통화를 하기는 곤란해 보이고, 학생이 급하게 통화를 해야 할 사유를 교사에게 고지하는 과정에서 사생활이 노출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학생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는 범위에서 학생생활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인권위 판단에 반대하는 쪽은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이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사이버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기사의 댓글로 "학생들 인권만 중요하고 학습권과 교권은 사라졌다",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이버폭력 예방",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하면 면학 분위기가 조성될까"라고 썼다.

반면 인권위 판단을 지지하는 쪽은 "왕따를 당하고 부조리한 취급을 당할 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녹음·촬영", "인권보호 차원에서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